[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은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기종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미 간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남북관계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서다. 이에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남북, 북미관계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7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모습.[사진=노동신문] |
◆ 北, 1년 6개월여만 단거리 발사체 발사…‘평화무드’ 영향 없나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북한은 이날 오전 9시6분께부터 9시27분께까지 원산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며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에서 200㎞까지 비행했고, 추가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도발’로 볼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7년 11월 29일이 가장 최근이다. 당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했다며,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핵보유국’을 자처했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 선제타격론이 등장하는 등 남북, 북미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사진=북한 노동신문] |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긴장 국면이 전환된 것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올림픽에 북한은 응원단과 선수단을 파견하며 ‘한반도의 평화무드’가 조성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4월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이른바 전략도발을 중단하겠다는 ‘모라토리엄’ 의사를 밝혔다.
곧이어 개최된 1, 2차 남북정상회담, 1차 북미정상회담은 일련의 평화무드의 동력을 이어가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을 일게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노딜’로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북한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전면에 내세워 “셈법을 바꾸여 한다”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비핵화 접근법은 한 가지 뿐”이라며 맞수를 두며 북미 간 협상 재개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문가 “김정은, ‘핵협상 판’ 뒤엎지 않아…일종의 시위”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두고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남북, 북미관계가 2017년 말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성묵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시정연설에서 ‘올해 연말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보겠다’고 공언했다”며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협상의 판을 깨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그러면서 “이를 고려하다 보니 단거리 발사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 같다”며 “판을 깨지 않으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번 발사체 발사는 ‘2018년 이전의 상황으로 돌려놓겠다’는 그런 의도는 아니고 일종의 기싸움”이라며 “현재 북미 간 서로 공을 넘기고 있는 국면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울러 북한의 입장에서 핵을 포기한다고 결정한 이상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건 재래식 무기”라며 “이런 차원에서 발사체 발사를 실시했을 가능성도 배재하면 안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역시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남북, 북미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남한도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미사일(천궁 대공미사일 등의) 발사 실험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수소폭탄 보유 기술에 가까워졌고 이를 통해 군사적으로 노리는 게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남북, 북미관계에 대한 정치적 분석이 아닌 ‘북한이 군사적으로 노리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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