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롯데그룹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내수 침체로 인한 부진한 실적을 해외에서 반등 기회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의 3심 판결을 앞두고 '경영 정상화'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일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준공식 참석차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 8일부터 5일간 파키스탄 현지 사업장인 카라치와 라호르를 각각 방문했다.
같은 시기 그룹 1·2인자가 동시에 타국의 현장 방문을 한 것은 보기 드문 장면으로, 글로벌 경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내수 침체와 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불확실성을 해외에서 메운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 침체와 가장 큰 시장으로 봤던 중국시장 철수 등으로 롯데지주는 지난 1분기 역성장했다"며 "다른 성장 동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3심을 앞두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복귀 이후 막혔던 현안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실적을 내기 위함도 있겠지만 신 회장이 경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임을 부각하기 위한 제스쳐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롯데 케미칼 레이크찰스 공장에서 9일(현지시간) 열린 준공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두번째부터)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가 축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롯데 케미칼] |
신 회장은 이번 미국 석유화학단지 준공식에 참여하면서 미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 조윤제 주미대사와 만나 백악관 면담 일정을 논의한 것.
면담이 성사되면 미국 행정부에 롯데의 추가 투자계획 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백악관을 방문한다”며 "구체적으로 누굴 만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신동빈 회장, 백악관 방문 '눈길'… 황각규 부회장은 파키스탄 현장
비슷한 시기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도 해외 현장을 찾았다. 황 부회장은 남부 지역에 위치한 최대 도시 카라치에 자리한 롯데 콜손과 LCPL(롯데케미칼 파키스탄)을 찾았다. 이어 북동부 지역에 있는 제2의 도시 라호르로 이동해 롯데 악타르 음료와 롯데 콜손 공장을 둘러본 뒤, 현지 파트너사와 관계자들을 만났다.
롯데는 앞서 2009년 현지 석유화학회사(현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LCPL)를 인수하며 파키스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1년 제과회사 콜손, 지난해 음료회사 악타르 음료를 각각 인수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롯데는 파키스탄 투자에서 성공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총 9개 사업장에서 70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롯데는 파키스탄을 젊은 도시로 파악하고 식·음료 사업 성장 가능성을 크게 봤다. 파키스탄은 7961만㏊(세계34위)에 달하는 국토에 인구 2억5000만명(세계 6위)를 가진 대규모 시장이다. 특히 14세 미만 인구가 무려 30%를 차지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지주] |
회사 측은 현재 시점에서 중국 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내 롯데마트 매장을 모두 철수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 같은 글로벌 광폭 행보는 신 회장 의중이 깊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외 다양한 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 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쇼핑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내수 침체와 고객 이탈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월 석방 이후 지주 체제를 안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유통 및 식음료 업종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 다각화,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매각 등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