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민주노총·한국노총 분열 공작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지원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 측이 혐의를 거듭 부인해오고 있는 가운데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측은 혐의를 인정해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박 전 국장을 비롯해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이동걸 전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등 5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원순 제압문건'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11 pangbin@newspim.com |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재판에 원 전 원장 등 피고인들은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들만 출석했다.
이날 박 전 국장 측 변호인은 “박 전 국장이 노동부로부터 예산 지원요청을 받고 지원 방안에 대해 우회적 지원을 한다는 국정원 지원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보고라인에 따라 민 전 차장과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국정원 예산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지휘부에 전달했다”면서 “단순 지시에 따라 국정원 예산을 지원한 것임을 참작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에 원 전 국장 측 변호인은 “당시 구체적인 지원행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지시관계나 공모관계를 부인한다”고 거듭 의사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한 타임오프제나 복수노조 정책에 반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어용노조인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 설립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특활비 1억7700만원이 지원된 것으로 보고, 특활비를 지원한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을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 전 장관은 국정원에 자금을 요청한 혐의로, 이 전 보좌관은 자금을 실제 사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호화사저 횡령 혐의와 고(故)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찰 혐의에 대한 준비기일도 진행했다. 재판부는 호화사저 횡령 혐의에 대해 준비기일을 종결하고 내달 10일 첫 공판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찰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따라 6월 3일 준비기일을 1회 더 열고 이후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노조 분열 공작 혐의도 같은날 준비기일을 1회 더 열 계획이다.
원 전 원장은 현재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등 사찰한 혐의,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건물에 ‘호화사저’를 마련해 국정원 자금 7억8000만여원을 횡령한 혐의, 퇴임 후 미국 정착을 염두에 두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 ‘한국학 설립 펀드’ 명목으로 국정원 자금 약 200만 달러(23억원)를 송금한 혐의로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