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개망신’ 안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증언이 나왔다.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20차 공판에서 이 같이 증언했다.
해당 발언은 김 전 수석의 2015년 12월 26일자 업무일지에 적힌 것으로, ‘대법원에 정부 의견 조속하게 보낼 것’, ‘개망신 안 되도록’, ‘세계 속의 한국 고려해 국격 손상 안 되도록’, ‘지혜롭게 처리해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말한 걸 임의로 줄인 게 아니라 거의 그대로 업무 수첩에 옮겨적었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17.05.23. yooksa@newspim.com |
이에 대해 김 전 수석은 “당시 한일 위안부 관련 협상 타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종합 상황보고를 하고 지침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했었다”며 “전화 말미에 ‘대법원에 강제징용 관련한 정부의견을 보내고 종결하라’고 하면서 ‘개망신 안 되도록’이란 표현이 좀 그랬는지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위상을,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처리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개망신’의 의미가 뭐냐고 묻자 김 전 수석은 “외교부는 2012년 대법원의 판결이 정부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었는데, 판결 내용이 종전의 정부 입장에 맞게 돼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이 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전 수석이 외교부 제1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외교부 내에서는 강제징용 재상고심과 관련해 대법원에 외교부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수석은 “이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외교적 사안인데 2012년 판결 당시 외교부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방관했다는 자성의 소리가 있었다”며 “재상고 돼서 이 문제가 다시 다뤄지는데 외교적인 파장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의견이 전달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재판부가 “당시 작성된 문건을 보면 ‘배상 판결 확정되면 한일관계가 총체적으로 파국 초래’ 라고 기재 돼 있는데, 지난해 10월 말 결국 확정 판결 났는데 지금 한일관계는 총체적 파국에 이르렀다고 봐야 하느냐”고 묻자, 김 전 수석은 “지금 한일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임 전 차장 측이 당초 부동의했던 증거를 동의함에 따라 차한성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포함한 4명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오후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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