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전국 지역 버스노조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예고된 가운데 막바지 협상이 고비를 넘고 있다. 하지만 총파업을 앞둔 서울시와 경기도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바로 이번 파업 주요 의제인 버스 준공영제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이에 따른 예산 문제 때문이다.
◆국비지원 없는 버스준공영제 도입시 경기도 '빚더미'
버스준공영제는 민간운수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수익금을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재원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2004년 7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후 서울시는 지금까지 총 3조7155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시내버스 적자로 2016년 2771억원, 2017년 2932억원, 지난해에는 540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예산 투입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급한 불'은 아니다. 서울시 자체 예산으로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영제 국비 보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도 정부에 건의한 적도 없다"며 "서울 버스 준공영제는 원활히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도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일부 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시내버스 부문에는 준공영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경기지역 버스 1만2570대 중 준공영제 참여 버스는 637대에 불과하다.
사실상 버스운영은 민영체계다. 경기도가 현재까지 투입한 예산은 320억원. 이번 파업의 핵심인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되면 버스 적자를 메우기 위한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를 감당할 자체 예산이 없다. 경기도가 준공영제 시행에 '국비지원'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다.
서울역 인근 서울 시내버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서울-경기, 주 52시간 근무제 파장도 '천양지차'
7월부터 도입(300인 이상 시내·외버스 사업장)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파장도 서울시와 경기도는 다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운전기사 약 300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운행횟수를 줄이는 등 탄력근로 방식으로 52시간제 도입을 준비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별다른 타격이 없다.
김의승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는 작년부터 300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주 52시간제에 대해 선도적으로 준비해왔고 시행을 하고 있다"며 "다른 시도 버스 노조에서는 서울시처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 버스기사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7.5시간이다. 또 버스기사의 평균 임금 역시 경기도보다 80만원 많은 390여 만원이다.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임금 보전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경기도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제 시내외버스 사업장이 24개 업체에 달한다. 버스요금 인상이나 국고지원이 없을 경우 경기도 내 전체 노선 중 46% 가량의 노선이 폐선이나 감차 등 조정을 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1일 2교대로 근무체계를 바꾸려면 운전기사 5000명을 충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용만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예산이 부족한 경기도로선 파급력이 크다.
경기도가 서울시, 인천시와 버스요금 동반 인상을 주장하는 동시에 국비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까닭에 경기도는 "국비 지원 없이는 버스 파업을 막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의 국고지원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당장 급한 상황은 아니다. 이렇다보니 버스요금 인상 유인도 약하다. 김의승 대변인은 "서울시는 버스 요금 인상요인이 없는데 경기도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시민의 부담을 늘릴 순 없다"며 "명분도 없이 어떻게 요금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 52시간도 지켜지고 있고 이에 따라 운전자를 추가로 고용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정부나 운수업계와 대립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서울시와 버스요금 동반 인상 이유로 수도권통합 환승할인제를 제시한다. 수도권 환승할인제로 동일 요금이 적용되고 있어 단독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경기도의 인상분은 사후정산으로 얼마든지 돌려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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