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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의 인생야구] 타격론① ML 코치가 전한 "공 보고 공쳐라"란 명언

기사등록 : 2019-05-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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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60) 전 감독은 헐크파운데이션을 세워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8월 대표팀 '라오J브라더스'를 이끌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현역 시절 16년(1982~1997년) 동안 삼성에서 포수로 활약한 그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손꼽힙니다. 2013년 SK 와이번스 감독을 그만둔 뒤 국내에서는 중·고교 야구부에 피칭머신 기증,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는 야구장 건설을 주도하는 등 야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만수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이자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의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타격은 참 어렵다. 3할만 성공해도 최고의 타자라는 찬사를 받으니 말이다. 다른 종목의 스포츠나 심지어 사업일지라도 3할의 확률이라면 그 누구도 성공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타격은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할 수 있다. 점과 점을 맞추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16년간의 프로야구생활을 하면서 통산 2할9푼6리를 쳤다. 4리만 더 쳤어도 3할이 되었다. 야구선수들에게 3할은 '꿈의 숫자'이다

1984년 우리나라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삼성라이온즈 팀이 미국으로 전지훈련 갔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프로야구 팀이 외국으로 전지훈련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시대였다. 그런데 삼성구단에서는 처음으로 LA다저스 팀과 자매결연을 맺어 한 달간 미국플로리다에 있는 베로비치로 전지훈련을 떠난 것이다.

다시 없는 기회라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질문과 이야기를 했던지.나는 포수이기 때문에 포수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던 기억도 난다. 한번은 메이저리그 로빙타격코치를 초빙해 새로운 타격과 이론에 대해 듣는 기회가 있었다.
여러가지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 어떻게 하면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느냐? "
" 어떻게 하면 변화구를 잘 칠 수 있느냐? "
" 투수와의 타이밍을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 "
" 타석에 들어가면 무슨 볼을 노려서 쳐야 하는가? "
" 왜 다운스윙이 아닌 레벨 스윙을 강조하는가? "
" 왜 타석에서 많이 움직이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서 치라고 하는가? "
" 타격할 때 중심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

[사진= 로이터 뉴스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이 메이저리그 타격코치나 로빙 코치의 이야기다. " 타석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 없이 볼 보고 볼 쳐라 "는 단순한 말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있다.

"공보고 공쳐라?" 도대체 어떻게 최고의 선진야구를 한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나의 귀를 의심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성의 없는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시간이 흘러 그 말이 비록 단순하지만 진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타격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점과 점을 맞추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운동이기도 하고 멘탈 게임이라고 할 정도로 조그만 잡념이라도 있으면 어느 한 순간에 슬럼프에 빠지는 것이 야구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썼지만 타자는 타석에 들어가면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아야 한다. 즉 무아지경에 들어갈 정도로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나 상대팀의 소리가 들린다면 이미 그 타석은 기대하기 어렵다. 관중들의 야유소리에 타격이 방해가 되어 예전에 선수시절에 담배 필터를 귀에 꼽고 타격하기도 했었다.

타자들은 잘 생각해야 한다. 타석에서 투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투수의 구질에 따라 타격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투수가 마운드에 서있더라도 그 투수의 구질에 따라 타격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많이 없어진다.

아직도 많은 젊은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가 예측하고 타격할 때가 많다. 이런 야구는 구시대적인 방법이다. 예전에는 요즈음처럼 투수들이 다양하게 볼을 던지지 못했던 시절이라 둘 중에 하나만 노려서 타격해도 충분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초등학생도 여러 가지 구종을 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미리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예측하고 타석에 들어가도록 지시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큰 선수가 될 수 없다.

예측하지 않고 타격하기 위해서는 타격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가르쳐 주어서 타격하는 것은 절대 자기 것이 될 수가 없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 본인이 터득해야 한다.

스스로 많이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석에서 좌 , 우로 많이 움직이거나 또는 위 아래로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면 그만큼 투수와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타석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면 몸이 움직이는 만큼 볼 자체도 함께 움직이니 타이밍 잡기도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외국인 투수들의 투구패턴을 보자. 물론 국내투수들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영리한 외인투수들은 국내타자들이나 일본프로야구 타자들이 타석에서 투수와 타이밍 잡기 위해 좌, 우로 몸을 많이 움직인다. 아니면 외다리 타법 식으로 한 다리만 들고 타격하는 선수들에게 한 템포만 조금 늦게 가져가서 타자들이 좀처럼 투수와 타이밍 잡기 어렵도록 만든다.

요즈음은 투수들이 똑 같은 템포와 타이밍으로 던지지 않으면 볼로 판정이 되지만 (다른 타이밍으로 던지면 타자를 기만한다고 주심들이 볼로 판정 한다 ) 나의 현역시절에는 그런 룰이 없었던 시절이라 한 다리 들고 타이밍 잡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이 왼발 착지하는 순간에 한 템포 미미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늦추게 되면 국내타자들이나 일본타자들이 좀처럼 타이밍 잡기 어렵다.

투수와 나와의 타이밍….
타자라면 배트를 놓는 순간까지 타이밍에 대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이나 젊은 신인선수 그리고 베테랑선수나 잘하는 선수라도 이미 덕아웃에서부터 승부가 시작 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신인투수고 처음 보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오더라도 자기타석이 아니어도 덕아웃부터 투수와 타이밍 싸움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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