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이홍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의 경기 확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일축해오던 연준 관계자들이 이번에는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관계가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빠져들자 경기 둔화를 우려,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윌리엄스 "美 관세 인상, 인플레 끌어올려 경제에 충격"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관세는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의 경기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일시적 후퇴를 겪은 뒤 상당히 견고한 회복세를 연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관세가 더 높아질 수록, 효과는 더 커져 내년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미국 경제에 아마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선제적 대응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관세의 역효과를 언급해 현재의 미중 무역관계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부각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 중국 물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에 중국은 오는 6월 1일부터 600억달러 어치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3일 추가 관세부과 대상이 될 약 3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해당하는 잠정 품목 3805개를 공개,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 로젠그렌 "연준, 금리인하 등 대응수단 있다" 강조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미국의 관세 조치가 경기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 무역분쟁에 대응할 수단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 연준이 금리인하도 적극 검토할 수 있음을 역설한 셈이다.
그는 13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관세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의 영향이 경기 둔화를 심화한다면, 우리는 금리 인하를 비롯해 이용가능한 도구가 있다"면서도 "다만 나는 이것이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로젠그랜 총재는 "이것(관세)이 단지 몇 주간 지속한다면 전혀 지장을 주지 않겠지만 관세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이 되기 시작한다면 무역 패턴에 지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며 기업 소비자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같은 날 13일 CNBC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장기간에 걸쳐 관세가 인상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으며, 이는 미국 GDP 성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스더 조지 미국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현시점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자산 버블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섣부른 금리 인하 주장을 경계했다.
조지 총재는 14일 미네소타 이코노믹 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금리 인하는 자산 가격 버블에 기름을 붓고 금융 불균형과 궁극적으로 침체를 만들 것"이라면서 "실업률이 장기 수준 이하로 떨어진 현시점에서 물가 상승률이 장기 목표치를 밑도는 것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적다고 본다"고 밝혔다.
◆ 금융시장, 연준 연내 금리 인하에 베팅
연준 관계자들은 물가가 더 하락하고 성장률이 더 둔화하기 전까지는 연방기금 금리를 2.25~2.50%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단시일 내에 양국이 해법을 찾기 힘들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번지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국채 선물시장은 연말 연방기금 금리를 2.075%로 예상하고 있다. 트레이더들이 연내 25bp(1bp=0.01%포인트) 이상 금리인하를 점친다는 의미다.
관세 전쟁이 지속되고 세계 교역량이 계속 감소하면 경제 성장은 전반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 '부의 효과'는 주식의 하락이 계속될 경우 기업과 가계 신뢰도 및 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비용의 증가는 기업 수익과 고용을 저해할 수 있다.
지난 13일 뉴욕 연은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202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3월 2.82%에서 2.6%로 낮아졌다. 이같은 하락폭은 2013년 중반 통계를 집계한 이래 세 번째로 큰 것이다. 향후 3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 역시 2.86%에서 2.69%로 하락해 최근 몇 주 사이 중기적 기대치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가장 최근 회의에서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리들은 최근의 취약한 인플레이션 수치는 '일시적(transitory)' 요인의 영향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물가는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기대인플레이션율 또 다른 문제로, 가계와 기업이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하일 것으로 예측하고 연준 역시 그렇게 하면 미국이 이길 것이라며 시중에 유동성을 풀 것을 주문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