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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대한민국 문화재]⑥돌아오지 못한 문화재 18만여점, 환수해야 하는데…

기사등록 :2019-05-22 07:00

60여년간 문화재 환수 1만여점에 그쳐
예산 부족...회계 시스템도 실정과 맞지 않아
해외법과 국내법 달라...환수에 복잡한 셈법
국가 협정 통한 환수 바람직하지만...오랜 시간 필요

[편집자주] 정부출범 2년이 지나도록 뭔가 ‘색깔 있는’ 문화정책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말이 많습니다. DJ정부 또는 노무현 정부 등 과거 진보정권의 경우 문화에 대한 애정이 정책으로 표출됐다면서 말입니다. 20년이란 긴 시간과 230억 원이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재탄생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재보수도 DJ정부 때(99년) 시작해서 노무현 정부 때 속도를 낸 사업입니다. 최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보존’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는데 정부의 시각은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미 훼손되었거나 방치되고 있는 문화유산이 많은데 보존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종합민영통신 <뉴스핌>이 문화재 보존 현실과 대안을 고민해봅니다.

<목차>
①빨래 건조장된 백제 가마터…40년 넘도록 ‘나몰라라’
②국보급 문화재에 소화기만 덩그러니
③도로변에 문화재가?…흉물로 방치된 유물
④조선 기와에 시멘트가?…반복되는 부실 복원 논란
⑤“아픈 역사도 되새겨야”…일제강점기 유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⑥돌아오지 못한 문화재 18만여점, 환수해야 하는데…
⑦공익을 위한 문화재인가? 사유재산 침해인가?
⑧[인터뷰]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⑨예산 인력에 허덕...문화재청도 고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2017년 4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 캐나다 국적의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옥천사 나한상'이 출품됐다. 옥천사 나한상은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자 '나한'의 상으로 조선 후기 나한상 중 조각솜씨가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문화재다.

문화재청은 나한상이 1988년 1월 도난된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리며 경매 중지를 요청하고 경매사 측에 조정 신청을 했다. 동시에 미국 연방법, 캐나다 법률, 유네스코 협약 등 고려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검토했다.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조정 중재자로 나섰고, 수많은 협상과 논의 끝에 소장자인 캐나다인이 자발적으로 나한상을 반환하기로 하는 합의에 이르렀다. 결국 2017년 12월 3일 나한상은 도난 2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한상은 현재 옥천사가 보존·관리하고 있다.

◆ 예산 부족으로 60년간 환수 문화재 1만여점 불과

22일 문화재 환수 전문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18만2080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1955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환수된 문화재는 1만140점에 불과했다. 2012년 7월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7년간 환수한 문화재도 총 21건, 371점에 그쳤다.

1988년 1월 도난된 '옥천사 나한상'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자 '나한'의 상으로 조선 후기 나한상 중 조각솜씨가 뛰어난 작품이다. 2017년 12월 3일 도난 2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출처=대한불교조계종]

잃어버린 문화재 환수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도 예산 부족 때문이다. 문화재를 환수하는 방법은 △구입 △기증 △국가 간 협정 등이다. 기증이나 국가 간 협정이 되지 않으면 결국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환수가 꼭 필요한 문화재여서 경매에 응찰을 했는데 고가인 경우가 있다"며 "매년 사정이 다르지만 예산은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재단이 구입을 통해 환수한 문화재 11건 중 7건은 타 기관이 비용을 일부 부담했거나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아 구매한 것이었다.

정부 예산 편성의 아쉬움도 지적했다.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미리 계획을 세워 이전 연도에 신청해야 하는데, 문화재가 언제 어디서 발견돼 구매할 상황에 놓일지 몰라 적절한 대처가 힘들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정부에서 하는 회계 시스템이 실제 환수 절차와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쓰지 못한 예산을 저축했다가 정말 구입이 필요한 고가의 문화재가 나왔을 때 한꺼번에 사용하고 싶지만 정부 회계 시스템은 매년 1년 단위로 정산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매할 문화재가 없어 예산이 남으면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실적이 부진하면 다음해 예산을 받는 데 장애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 일본 식민지 문화재 소재 파악했어도 '선의취득'에 막혀

국가 간 법적·제도적 차이로 인한 걸림돌도 있다. 국내 문화재보호법은 '선의취득'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국가들은 문화재의 선의취득을 인정하고 있다. 선의취득은 제3자가 권리의 외관을 신뢰하고 거래한 때에는 전주가 무권리자이더라도 권리의 취득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불법적으로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일지라도 구매자의 소유권이 인정돼 환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규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법에서 선의취득을 인정한다면 도난 문화재라고 할지라도 구매자의 취득으로 인정돼 반환할 수 없다"며 "이런 경우 돈을 주고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의취득을 극복하고 문화재 환수 절차를 밟으려 해도 해당 국가가 반출 허가를 하지 않으면 국내 환수가 불가능하다. 이 교수는 "유럽의 경우 약탈 문화재라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화재라고 한다면 반출 허가를 받게 돼 있다"며 "해당 국가가 문화재를 한국으로 반출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문화재를 구매하고도 못 갖고 오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외 소재 문화재 18만여 점의 약 42%를 차지하는 일본의 경우 선의취득을 인정하고 있어 환수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식민지 문화재'라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관련 법률 미비로 환수가 더욱 어렵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문화재 환수는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의 결의문 채택에 그치고 있는데다 한일 간 정치적 문제까지 있어 환수가 굉장히 어렵다"며 "식민지 문화재 환수 관련 법률이 발달되지 않았다"고 했다.

◆ "문화재 환수는 민족적 정체성 회복…외교적 설득이 바람직"

일각에서는 구매를 통한 문화재 환수보다는 국가 협상 및 외교적 설득을 통해 문화재를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문화재 반환의 본질은 민족성과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법으로 훔쳐간 우리 문화재를 돈을 주고 가져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라이엇게임즈의 20만 달러 기부금 지원을 통해 2013년 12월 국내로 환수된 석가삼존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출처=국외소재문화재재단]

혜문 스님은 일본 왕실이 보관하던 '조선왕실의궤' 환수를 예로 들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교적 설득을 통한 문화재 환수를 주장했다.

지난 2010년 일본 나오토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며 일본 왕실이 보관하던 조선왕실의궤를 조건 없이 반환했다. 이를 위해 혜문 스님은 200번 이상 일본을 방문해 700여명의 일본 국회의원들을 만나 의궤 반환에 힘썼다.

그는 "국가와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불법 반출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이에 성공함으로써 민족적 정체성과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화재 반환은 긴 시간 동안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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