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경찰 댓글공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문서로 존재한다고 해서 실제 실행까지 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검찰의 증거 자료를 전면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 전 청장에 대한 24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에서 조 전 청장은 “검찰 (증거) 자료를 보면 경찰청장이 청와대로 보고한 형태임을 암시하는 듯한 ‘국정원 홍보’, ‘국정 부담 완화’ 등 표현이 다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표현은 관행이고 의례적인 표현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댓글을 보면 1만2000여개의 댓글 중 국가 정책을 옹호하는 내용은 극히 일부이다”면서 “표현이 그렇다고 해서 마치 실제 댓글 내용도 그런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재판부에 이 점을 감안해주길 호소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04 kilroy023@newspim.com |
검찰은 이날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0년 무렵 경찰 조직을 동원해 정권에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내용이 담긴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천안함 사건이나 반값 등록금, 희망버스 등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담겨 있었다.
2010년 6월7일자로 작성된 ‘2010년 상반기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 업무 평가’ 문건 상단에는 ‘국정원 홍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당 문건에는 당시 4월28일에 예정됐던 덤프트럭 집회와 관련해 경찰 내 온라인 대응팀인 ‘스폴(SPOL)팀’을 구성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홈페이지에 적극적으로 사이버 대응을 하라는 지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이버 여론 대응팀 운영 성과와 과제 문건’이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여론 대응팀을 확대 운영하라는 지시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자칫 여론 조작 논란 가능성 우려를 언급하며 사이버 여론 대응팀을 비공식 체제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이밖에 검찰은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한 경찰 역량 집중 ▲천안함 사태 관련 부정 여론 적극 대응 ▲주요 언론사 등 뉴미디어 전담대응팀 운영 강화 ▲당시 여당 국회의원 개인 홈페이지 응원 댓글 지시 ▲좌파 한·미 FTA 주장 반대 논거 마련 등 당시 조 전 청장이 조직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해 댓글 지시를 관리한 내용의 당시 경찰 보고서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조 전 청장 측은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 자료 중에는 사이버 대응팀 운영 필요성과 관련해 경찰공무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내용이 있다”며 “내용을 보면 1안부터 3안까지 선택 사항이 마련된 걸 볼 수 있는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주관적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본다”며 반박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경찰청 경찰청 정보국, 보안국, 대변인실 등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댓글 작성 지시를 받은 경찰관들은 일반 시민을 가장해 천안함 사건, 구제역 사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검경수사권 등 민감한 이슈에 정부 옹호 댓글 3만7000여건을 게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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