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 폐기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62)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의 재판에서 “2016년 당시 고 전 대표의 관련 자료 폐기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22일 오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 전 대표와 양모 전 애경 전무 및 직원 이모 씨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9.04.25 alwaysame@newspim.com |
이날 양 전 전무는 증인으로 출석해 “고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이슈이니 대응을 잘 하자고 했다”며 “회사에 불리한 자료는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이 이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고 묻자, 양 전 전무는 “3년 전 일이라 삭제하라는 단어를 들었는지는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회사에 유리하지 않은 이메일 등 자료를 정리하고 지우자는 정서는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016년 5월경에는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TF팀이 구성됐고, 고 전 대표가 청문회 출석에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알아야겠다고 해 종합안을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종합안은 ‘애경백서’로 불린다. 양 전 전무는 “고 전 대표의 포괄적 지시에 따라 모든 서류들을 폐기하고 데이터는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보관했다”고 증언했다.
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증거자료인 보고서나 결재서류 등에 비추어 보면 고 전 대표가 모두 보고받고 지시한 정황이 분명하지 않다”며 “고 전 대표는 증거인멸 지시를 부인하는 데 증인이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양 전 전무는 “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궁금해하는 사항이 많아서 아주 작은 것까지 보고받기를 원했다”며 “제가 아는건 고 전 대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애경 직원 A씨 역시 “고 전 대표는 보고 라인이 아니었는데도 가습기 살균제 관련 내용은 직접 보고하라고 해서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2월에는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고, 고 전 대표가 내용을 직접 살펴보고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며 “당시 회사 윗분들이 이 제품을 애경에서 제조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불편해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3월 15일 고 전 대표를 증거인멸·증거은닉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양 전 전무와 이 씨도 증거인멸·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이 구성되자 관련 자료를 숨기고 폐기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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