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지난해부터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설비를 무단으로 이전해 임가공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이유로 기업인 방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중국과 북한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부터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으로 이전해 임가공 의류를 생산, 밀수를 통해 중국에 넘긴 다음 일본·유럽으로 수출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7년 4월 촬영된 개성공단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의 한 무역일꾼은 최근 RF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한 정부가 남한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승인했는데 반갑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남조선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 온다니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이 더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 무역회사들이 개성공단 남한기업 소유의 설비를 협의도 없이 딴 곳으로 이전해 임가공 의류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장 남조선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점검하려 들어온다면 몰래 이전한 설비를 제자리에 반납하고 외화벌이 사업도 중지되는데 평양 본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 설비를 옮겨서 의류를 가공하는 회사는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있다"며 "임가공 의류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힘 있는 국가무역회사들은 개성공단 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임가공 의류업체를 신설하거나 증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외화벌이 사업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적극 이용하라'는 중앙(당국)의 허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도 개성공단 설비로 생산된 다양한 임가공 의류들이 중국 밀수선을 통해 중국을 거쳐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3년 9월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SK어패럴에B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SK어패럴에서 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개성공단공동취재단] |
이와 관련해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당국이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 이전해 임가공 의류를 생산하라고 한 것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면서 조선무역회사들의 수출입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외화벌이 적자폭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나라의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몇 년 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난은 한층 더 심화됐다"며 "올해 신년사에서 당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재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던 외화 수입이 당 중앙의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 지시로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 이전하고 임가공 의류 생산·수출까지 하는 상황에서 만약 가까운 기일 내에 남조선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면 공단 설비들이 없어진 사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가 망신을 당할 처지이기 때문에 당국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정기섭(앞줄 왼쪽에서 5번째)개성공단기업 비대위원장과 입주 기업인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경하기자 204mkh@newspim.com |
한편 RFA는 지난 2017년 10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해 내수용 의류와 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북한은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고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공단을 일방적으로 가동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후 2018년 8월에도 RFA는 "한국 기업이 철수한 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에 남겨진 전기밥솥 완제품 등을 중국에 밀수출했다"고 전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