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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의 금일중국] 金果가 된 사과, 내우외환 시름 앓는 중국경제

기사등록 : 2019-05-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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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사과(苹果)를 깎아서 먹는다고요?'

중국에서 요즘 사과 껍질을 깎아서 먹으면 부자 소리를 듣는다. 가격 급등으로 사과가 '금과(金果)'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폭설과 우박 등의 기상재해로 작황이 나빠진 탓에 올들어 냉장물량의 시장 출하량이 크게 달리면서 지난 4월부터 사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예년엔 10위안이면 사과 대여섯 개를 봉지에 담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랑 2개를 넣으면 끝이다. 중국에서는 모든 과일을 낱개가 아닌 저울에 달아서 파는데 산둥(山東)성 홍 부사 상품의 경우 한 근에 14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70% 가까이 올랐다.

중국 온라인 경제매체 텐센트 재경에 따르면 5월 17일 기준 부사 사과 도매가격은 2개월 전보다 30%나 치솟았다. 작년 동기에 비할 때 상승폭은 60%를 넘는다. 사과는 육류의 돼지고기처럼 중국인들이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소비하는 과일이기 때문에 소비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과 가격이 오르자 벌써 다른 과일 가격도 덩달아 일제히 치솟고 있다. 2019년 들어 하미과 가격은 무려 124.6%나 상승했고 수박 값도 30% 뛰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자 닭고기와 양고기 등 기타 육류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중국의 2019년 4월 CPI 상승폭은 2.5%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식품 CPI 상승폭은 근 3년 만의 최고치인 6.1%에 달했다. 그중 과일 물가 상승폭은 12%에 근접했다.

[사진=바이두]

연간 전체적으로 중국 사과시장에선 3, 4월에 냉장 보관 사과가 집중 출하된다. 흔히 5월쯤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작황만 괜찮으면 통상 가격 변동성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올해의 경우 작년 기상 재해로 생산이 줄어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중국 사과의 주산지인 산시(陝西)성과 산둥성 등 일대에는 개화기를 전후로 우박과 폭설 등 기상재해가 기습했다. 수확량이 크게 감소해 냉장 저장량과 출하량이 예년에 비해 대량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중국 사과 주 생산지 산시성과 산둥성이 전국 사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각각 26%, 23%에 달한다. 양대 지역이 중국 전체 사과생산의 50%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기상 재해 외에도 냉장 물류비용 상승 역시 사과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 들어 중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벌써 7차례나 올랐는데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사과가격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 당국은 6, 7월 여름과일이 본격 출하되고, 9월 햇사과가 나오면 사과 파동이 진정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재해가 올해 사과 작황에 또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국토가 넓고 기후대가 다양해 과일이 풍부한 나라다. 사람들은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예로부터 과일 먹는 걱정은 하지 않고 지냈다. 특히 사과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적정한 생산량이 뒷받침되면서 늘 넉넉하게 주민들의 식탁에 올랐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계란값이 줄줄이 올라 가뜩이나 식탁 물가 부담이 컸는데 이제 사과도 과거처럼 마음놓고 먹기 힘든 세상이 됐다. 무역전쟁과 함께 내수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핵심 먹거리 물가까지 오르면서 중국 경제가 직면한 내우외환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져 가는 형국이다.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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