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케인스(영국)=뉴스핌] 공동취재단 김영섭 기자 = 국내외 과학계에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000여 회 이상 일어난 백두산 주변 지진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가 불분명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하의 압력 변화 등 다양한 가설이 나온다. 북한 과학계도 이례적으로 국제행사에 참석해 땅 속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 왕립학회가 29일(현지시간) 영국 밀턴케인스에서 개최한 제4회 한·영 리서치 컨퍼런스에서 북한과 영국 지질과학자들은 백두산의 이상 동향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 과학계 발표자로 나선 제임스 해먼드 버벡대 교수는 “2006년부터 지진 횟수가 갑자기 줄었다”며 “하지만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의 압력이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갔을 가능성 등이 거론되지만, 확실한 이유를 알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백두산은 지면이 최고 7cm 부풀어 올랐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분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발표 후 질의응답을 받는 제임스 해먼드 교수(왼쪽)와 리처드 캣로 영국왕립학회 부회장 2019.05.29. [사진=공동취재단] |
백두산 정상인 천지에 대해서도 영국 과학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백두산이 분화하면 뜨거운 화산재나 마그마가 천지에 고인 물과 접촉하게 되고 수증기가 급격한 속도로 다량 발생하며 대규모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먼드 교수와 같은 연구팀에 속한 에이미 도너반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1995년 뉴질랜드, 2010년 아이슬란드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 연구진은 천지의 물이 분화에 의한 충격으로 넘쳐 산기슭을 덮칠 경우에도 큰 홍수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천지 주변에는 중국으로 향하는 계곡도 있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피해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북한 과학자가 백두산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직접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모두 10회의 지진이 났다”며 “땅 속의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백두산이 다시 심상찮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분과장은 “땅 속의 밀도, 중력과 자기장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분과장에 따르면 백두산이 대규모 분출을 한 946년에 화산재는 함경도를 휩쓴 뒤 일본 북부인 홋카이도까지 날아갔다. 홋카이도에 쌓인 화산재는 5cm 두께로 분석했다. 백두산 주변에선 직접적인 인명 손실과 농작물 고사, 가축 폐사 등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5년 영국 과학계에 백두산 자료를 다수 제공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협력 연구를 했던 영국 측 관계자는 “수십년 간 북한이 쌓아 놓은 자료를 얻었다”며 “북한 과학자들의 적극성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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