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5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연 1.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6개월째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됐으나, 한미 금리차를 확대하기에는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주요 기관과 전문가들 역시 금리 동결을 예상해 왔다. 2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준금리 전망 설문에서 97%가 금리 동결을 응답했다.
지난 4월 금리 동결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존재한다. 기준금리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20일 금리인하 소수의견 전망에 대해서도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불확실해지며 그런 의견이 있는 듯 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시작에서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지완 기자] |
앞서 1일(현지시간) 미국 연준(Fed)은 기준금리를 2.25~2.50%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과 올릴 가능성 모두 크지 않다"고 말했다.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한편 성장 및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가상승률 역시 저조한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8일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투자 명목수익률을 하락시키는 추가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조동철 위원의 저물가에 대응한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금리인하 의견을 개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9일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741%에 마감했다. 3년물 5년물에 이어 10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 1.75% 보다 낮아진 것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 브렉시트 가능성 확대, 이탈리아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부진한 경기 지표 역시 금리인하 소수의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KDI, OECD가 올해 한국의 GDP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했다.
다만 이날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리를 낮출 경우 한미 금리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한은이 경기둔화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역적 폭은 75bp에서 100bp 수준으로 확대된다. 경기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확인이 우선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 역시 "5월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이 예상된다"며 "금리인하가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금융안정 및 물가에 대한 전망이 좀 더 수렴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금리를 결정한 국가들 역시 동결을 유지하는 추세다. 캐나다(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24일) 멕시코(17일) 인도네시아(16일) 브라질(9일) 호주(7일) 등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은 이날(31일)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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