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현대중공업 노조가 31일 임시 주주총회장을 점거하면서까지 법인분할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추가 구조조정 우려 등 고용안정이 핵심 쟁점이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분할이 승인되면 현대중공업은 투자사업을 담당할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뉜다. 이어 연말까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중간 지주사가 되는 구조다.
노조는 분할이 승인되고 대우조선 인수가 마무리되면 사측이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세계 1, 2위 거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와 LNG선, 방산분야 등 중복 사업영역이 많다.
노조는 또 분할 후 자산의 절반가량을 한국조선해양이 가져가고, 부채의 90% 이상은 현대중공업 사업법인이 안게 되는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에 1639억원(2.3%), 신설 현대중공업에 7조576억원(97.7%)으로 각각 승계된다. 노조는 높은 부채 비율이 사측에서 언제든 추가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삼을 것을 우려한다.
노조는 “중간지주회사가 회사의 모든 이익을 가져가고 현대중공업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구조”라며 “현재 누적된 7조500억원의 부채로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이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의 착취구조가 강고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산업은행과의 본계약 체결 시 ‘공동발표문’에서 밝힌 것처럼 두 회사가 각자 자리에서 기존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중복되는 업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라면서 “근로조건과 복리후생제도 등이 신설 현대중공업에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 노조 “노조활동 위축” vs 사측 “단협 변경 이유·계획 없어"
노조는 아울러 법인분할로 노조활동이 위축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한국GM 경영진은 물적분할(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완성 후 분할계획서에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승계하지 않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중공업도 같았다. 현대중공업 분할도 같은 전철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그러나 단체협약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사측은 담화문을 통해 “회사는 단협을 변경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며 “물적분할 후에도 근로관계부터 근로조건, 복리후생까지 모두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위치를 두고도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이 투자와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며 서울에 본사를 두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본사 이전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은 47년째 울산 경제를 지탱한 현대중공업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한국조선해양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4개 조선소를 관리하는 만큼 울산 선박제조 기능의 이전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물적 분할 후에도 현대중공업 사업장과 본사는 그대로 울산이기 때문에 본사 이전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노조 "정기선 부사장 경영권 승계용?" vs 사측 "승계와 무관"
노조는 또 법인 분할이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용이라고 주장한다. 정 부사장은 정 이사장(25.8%), 국민연금공단(9.62%)에 이은 현대중공업지주 3대 주주(5.1%)다.
그러사 사측은 물적분할이 경영권 세습과 관련됐다는 주장에 대해 “최대주주 등은 중간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중간지주에 현금을 배분하는 것도 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조선 계열사 지원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해당 현금을 배당 재원으로 하여 상속 자금을 확보하는 등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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