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멕시코 페소화가 7개월래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시행을 언급한 데 따른 반응이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에 위험자산이 하락 압박을 받는 가운데 페소화 급락이 신흥국 통화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31일(현지시각) 런던 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는 장중 달러화에 대해 3.3% 내리 꽂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문제를 앞세워 6월10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협박한 데 따라 ‘팔자’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페소화가 발작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1월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7.7% 폭락한 페소화는 이후에도 무역 마찰과 이민 정책을 둘러싼 신경전에 수 차례 3% 내외의 하락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행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효과적이고 엄격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10월까지 최대 25%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
멕시코가 협상을 통한 해법 마련을 제안하고 있지만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적어도 5%의 관세가 시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불과 열흘 뒤부터 매우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며 관세 시행을 예고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며 “오는 10일 5%의 관세는 시행될 것으로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페소화와 함께 신흥국 주요 통화가 일제히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블룸버그를 포함한 외신들이 멕시코 관세가 미국과 중국의 협상 진정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린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위안화는 장중 0.2% 하락하며 달러 당 6.91위안에 거래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위안 환율이 조만간 상징적 저항선인 7위안을 뚫고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투자 심리가 급랭, 위안화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아더 루 신흥국채권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위안화 하락이 아시아 신흥국 통화를 압박할 것”이라며 “이는 달러화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와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 원화가 0.4% 가량 하락, 5월 한 달 동안 2의 낙폭을 기록한 한편 월간 기준으로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필리핀 페소화와 대만 달러화 역시 나란히 0.3% 가량 하락했고, 월간 기준 각각 1%와 2.2%에 달하는 약세를 연출했다. 이 밖에 터키 리라화도 0.2% 내렸다.
ING의 트류 팜 신흥국 신용 리서치 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 재개에 이어 멕시코 관세는 지구촌 전반의 경기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번지면서 연초 이후 뚜렷한 약세를 보이는 신흥국 통화가 당분간 추가 하락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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