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재점화되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적극 매입하는 한편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슈퍼 부자들을 필두로 투자자들이 현금 비중을 확대, 저자세를 취하는 한편 위안화 채권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중국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깔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7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순자산 1000만달러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0여명의 울트라 부자들로 구성된 타이거21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이 지난 1분기 말 기준 12%로, 전분기 10%에서 2%포인트 상승했다.
타이거21의 현금 비중이 늘어난 것은 3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데이터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면전이 재개되기 이전에 파악됐지만 자산가들은 이미 무역 마찰을 우려하고 있었다는 것이 타이거21의 설명이다.
양국이 폭탄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고, 협상이 교착 국면으로 빠져든 만큼 자산가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전략이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별도로 싱가포르 소재 아비바 인베스터스는 펀드매니저들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 통화를 매도하는 한편 위안화 채권에 적극 베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 냉전 리스크가 불거진 데 따라 위안화가 최근 약세를 보였지만 관련 채권이 톱픽으로 부상한 데 대해 아비바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과 통화완화 정책 가능성도 위안화 채권에 뭉칫돈이 밀려드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연초 이후 위안화 표시 중국 국채는 0.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국 채권이 1.1% 하락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특히 10년 만기 위안화 표시 국채 수익률을 이달 들어 13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중국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3% 가량 급락,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에 근접한 상황을 감안할 때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달러화와 엔화 수요가 상승하는 한편 한국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프린시펄 인베스터스의 완 호웨 청 아시아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환시 트레이더들 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만 달러화와 한국 원화, 말레이시아 링기트화가 무역전쟁 리스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소시에테 제네랄은 보고서를 내고 원화 전망과 관련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앞으로 원화 환율에 적극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