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 전역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염병에 걸려 죽은 돼지고기가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북한 내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내에서 전염병에 걸린 돼지들이 소시지 공장에 헐값으로 판매되면서 소시지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바이두] |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요즘 평성시장과 순천시장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 햄과 30cm 정도의 소시지 낱개 가격이 개당 내화 6000원에서 4000원 이하로 폭락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후에도 국영목장들이 전염병에 걸린 돼지들을 매몰 처분하지 않고 소시지공장에 헐값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소시지들은 외화벌이 회사들에 눅게(싼 값에) 넘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국영목장들은 전염병 발병 이후 바빠져서 폐사한 일부 돼지만 땅에 묻고, 돼지 종자 값이라도 건지려는 생각에 소시지 생산회사들을 찾아가 외상으로 돼지를 주겠으니 얼마만이라도 현금으로 갚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도시 주민들은 대부분 부엌마루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돼지를 몇 마리씩 기르고 있는데 이 돼지들도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소시지 원료가 부족해 생산을 못 하던 개인 소시지업자들은 돼지전염병을 기회로 돼지들을 무더기로 사들임으로써 오랜만에 큰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이어 "개인업자들은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를 헐값에 사들이면서 '섭씨 100도 이상으로 익히고 가공한 소시지나 햄은 건강한 사람이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시지를 시장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다른 소식통도 "신의주에서 방역소와 보안서가 나서 전염병에 걸린 돼지고기를 장마당에서 팔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지만 그저 형식 뿐"이라면서 "장마당 상인들은 위생방역소가 발급한 돼지고기검역증을 돈으로 사들인 다음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에 붙여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상인들은 돈 많은 고객들에게는 검역이 확증된 돼지고기를 제 값에 판매하고 서민들에게는 죽은 돼지고기를 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며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가 마구 유통되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시 증상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한편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발병 이후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중앙당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처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만 내릴 뿐 전염병 방제에 필요한 약품 등 방제 지원은 전혀 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어 "시군 방역소에서도 국영돼지목장에 소독약을 뿌려주고 날풀로 주던 돼지사료를 끓여서 주라는 방법만 알려줄 뿐 감염된 돼지들에 대한 사후처리 감독을 하지 않아 목장돼지들이 빠른 속도로 감염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