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정년을 늘리는 문제가 화두다. 정년을 연장하면 가까운 미래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빈곤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고용이 경직된 우리 현실에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청년층의 취업을 제한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년연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하면서 정년 연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재부는 당장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경제수장이 정년 연장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고령화→생산가능인구 감소→경기침체·복지부담 증가
정부 입장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정년 연장을 화두로 제시한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 양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7~2067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총 인구 감소시점은 당초 전망보다 3년(2031년→2028년) 앞당겨졌다.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8%에서 2070년 46.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총 인구 감소 및 고령화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급한 문제다. 올해 3759만명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내년 3735만8000명으로 23만명 감소한다. 2038년에는 2966만4000명으로, 3000만명 선도 무너질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재정 부담으로 직결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노년부양비는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로 2017년 18.8명에서 2046년에는 50명을 넘고, 2067년에는 102.4명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유소년 부양비까지 합치면 같은기간 총 부양비는 37명에서 120명으로 증가한다.
경제성장률은 2%대도 유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현 상황이 유지되면 2021~2030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0%로 줄어들고 2040년대에는 1.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인구구조 변화는 한국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홍 부총리도 지난 2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러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연간 80만명 정도 노동시장에서 벗어나고 지금의 10대는 연간 40만명 정도 들어온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다면 지금 정년에 대한 연장 문제는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현재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산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정책 TF는 3월 통계청 발표 이후 정부가 관계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을 모아 꾸린 한시 조직이다. 해당 TF에서는 인구 구조 변화가 고용·재정·복지·교육·산업구조 등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2013년 법을 개정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이를 2017년까지 전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일본과 독일은 사실상 정년 65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영국은 아예 정년제도 자체가 없다. 선진국 중에서 비교적 최근 정년을 연장한 올린 일본의 경우 1998년 정년 60세를 시행한 후 8년이 지난 2006년에야 정년을 65세로 높였다. 당장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3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정년 추가 연장은 장기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기재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법적인 정년 연장 추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 관련 현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6.05 leehs@newspim.com |
◆ 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기재부 "청년 영향 없도록 할 것"
정년 연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청년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에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11.5%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0.8%포인트(P) 높아졌다. 체감실업률은 25.2%로 관련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추진되면 일자리를 둘러싼 청년과 노년층 사이의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근로자가 65세까지 일을 하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여 이에 따른 고통을 청년세대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2월 발간한 '정년 60세 이상 의무제 시행의 고용효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6년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고용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추가적인 정년연장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노동시장에서 고령층과 청년층이 대체관계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정년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고령층의 비중이 1%p 증가할수록 청년층의 비중은 0.8%p 감소했다. 경제성장이 더딜수록 이러한 대체관계는 분명히 드러났다.
홍남기 부총리도 2일 이러한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각에서는 청년의 일자리와 노인의 일자리가 중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이 있다"며 "정부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노인의 일자리 기여를 높이고 청년층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설명에도 정년 연장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년연장은 신중해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돌아갈 양질의 일자리 문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고령자 고용 확대를 위한 방안은 고용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년 연장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와 고용형태의 유연화 등 구조적 이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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