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말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했던 ECB는 물가 상승률이 ECB의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ECB는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올해 여름에서 내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결정이 ECB 정책 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정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상승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ECB는 올여름 이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지난 3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미뤘다.
드라기 총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중요한 신흥시장 국가들의 취약성에 대한 불확실성, 보다 일반적으로 세계 무역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3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연장됐으며 이것이 우리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연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를 0%, 한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각각 0.25%와 마이너스(-) 0.40%로 유지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
ECB는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월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1.2%로 제시했다. 다만 2020년 전망치는 1.4%로 0.2%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에 대해 ECB는 올해 전망치를 0.1%포인트 올린 1.3%로 내놨으며 2020년 예상치는 1.4%로 0.1%포인트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없으며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물가 상승 기대가 정착 상태를 벗어나는 위협도 없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2021년에 ECB가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ECB의 다음 조처가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인하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클로스 브러더스 자산운용의 낸시 커틴 수석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금리가 이미 0%이고 재정 수단이 나오지 않아 옵션이 다소 제한적”이라면서 “양적완화(QE)를 연말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점점 가능한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려 중 하나는 세계 무역 전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EU 집행위원회와 예산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와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부진한 산업 지표, 주식시장 약세, 하드 브렉시트 우려도 ECB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후퇴시켰다.
여기에 억눌린 물가 상승률은 ECB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ECB가 선호하는 시장 물가 상승률 기대 지표는 최근 201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자금시장은 투자자들이 연말 10bp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70%로 점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또 한 번 변경한 것은 ECB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장 기대와 맞추기 위한 또 다른 절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ECB는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의 세부 계획도 공개했다. 유로존의 시중은행들은 ECB로부터 한계예금금리인 -0.4%보다 10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유로/달러 환율은 0.26% 오른 1.1248달러에 거래됐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0.6bp 오른 -0.21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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