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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양주택 고분양가 논란..원인은 '시세 90%의 덫'

기사등록 : 2019-06-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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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대놓고 강남 20~30대 무주택자들 증여하라는 건가요? 15년 이상 무주택자가 공공분양을 받아 집값이 좀 오르는 게 배가 아파 이렇게 분양가를 높게 잡는 건가요?" 최근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인 과천 제이드자이 예상 분양가를 본 과천지역 예비 청약자가 한 말이다. 

최근 커지고 있는 공공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은 소위 '공공주택 대박'을 경계하기 위해 주변 시세와 큰 차이 없는 분양가를 산정하는 '불문율'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상 공공주택 택지가격을 감정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해 공공기관의 입맛대로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분양에 민간 건설사를 참여시키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의 분양가가 자체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 산한 서울주택도시공사 공공주택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공급된 공공주택의 절대적인 분양가 자체가 높은 상황이 되자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변 시세와 맞춘다는 방침을 지키려면 서울 강남 일대와 과천, 분당과 같은 수도권 인기지역에서는 아예 공공주택을 공급하지 않아야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L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은 '분양원가'와 상관 없이 주변시세 대비 85~90%선에서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

공공주택은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에 LH나 지자체가 시행해 짓는 주택을 말한다. 서울에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전담하며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에서는 LH와 지자체 산하 공기업이 약 8대2에서 9대1 비율로 공급한다.

공공분양주택은 주변아파트 매맷값의 85~90%선에서 결정된다. LH가 최근 공급한 공공분양주택 가운데 지난 1월 하남시 감일지구에 공급한 '감일 스윗시티 3·4블록'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5억5000만원선이다. 이는 이보다 9개월 앞서 지난해 4월 공급된 민간 분양 아파트인 '하남포웰시티' 전용 84㎡의 분양가 5억7000만원보다 다소 낮은 가격이다.

아직 감일지구 공공분양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라 '주변시세'는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직선거리로 7㎞이상 떨어져 있는 같은 하남시 미사강변도시다. 미사지구 전용 84㎡의 매맷값은 6억9000만원선이다. 이렇게 되면 감일지구는 미사강변신도시 아파트에 대비해서는 약 80%선에 분양가가 책정된 셈이다. 하지만 한강 근처에 있는데다 지구 규모도 3배며 지하철 5호선 수혜를 입을 미사지구를 하남 감일지구의 '주변시세'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SH공사는 LH에 비해 주변 시세 대비 매맷값 비율이 높지 않다. SH공사가 지난해 10월 공급한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 2·4단지의 경우 분양가는 기준층 평균 전용 59㎡는 3억5000만원선이며 74㎡는 3억9000만원선이다. 지난 4월 거래 신고된 주변 항동지구 하버라인3단지 전용 74㎡의 실거래가는 4억8600만원이며 최근 매물로 나온 하버라인 2단지 비일반분양 물건의 매도 호가는 5억원이다. 서울집값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르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세의 80%선에서 분양가가 결정된 셈.

감정가격으로 공급되는 전용 84㎡ 공공분양주택도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다. 4단지의 경우 분양가는 평균 4억2000만~4억3000만원 선. 현지 중개업소는 이 아파트의 예상 매맷값은 5억8000만원선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또 근처 천왕지구 아파트는 분양 당시인 지난해 10월 5억5000만~5억7000만원선에 실거래됐다. 이를 감안할 때 이 아파트 역시 주변시세 80% 미만에서 분양가가 결정된 상태다.

기 입주 단지내 해약 가구 공급에서도 LH와 SH공사의 가격차를 보인다. 지난 1월 LH가 공급한 경기 수원시 호매실지구 해약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2억7900만원이다. 지난 2014년 입주한 이 아파트의 최초 분양가는 전용 59㎡의 경우 2억원이며 최근 거래된 아파트의 실 거래가격은 3억1000만원이다. 약 90% 수준의 주변시세 대비 분양가를 책정한 셈이다. 

지난4월 공급한 호매실 8단지 전용 84㎡의 공급가격은 3억8300만원. 현 시세인 4억5000만원을 감안할 때 약 85%에 분양가를 책정했다. 

SH공사가 지난달 공급한 서초 내곡지구 빈집 분양에서 전용면적 84㎡ 주택의 공급가격은 9억7000만원 선이다. 이 일대 같은 주택형 아파트의 매맷값은 11억8000만원선에 형성돼 있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해 연말 실거래 가격은 12억원이다. 이 경우 주변 시세 대비 약 80%에 공급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LH와 SH공사의 이같은 주변 시세 대비 공급가격 '10%' 차이는 결국 민간참여 공공분양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SH공사는 LH나 다른 지자체 공기업과 달리 민간참여형 공공분양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가격차를 보인다는 게 일각의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공공택지 개발과 분양까지 민간에 넘기면 공기업이 존립이유가 없다"며 민간참여형 공공분양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LH의 공공주택 분양가가 SH보다 높게 책정되는 것에 대해 민간참여 공공분양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LH는 정부시책에 따라 분양가를 책정했을 뿐이며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6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민간참여 공공주택이 좀더 고급화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간참여 공공분양제도에 따라 공공주택도 고급스럽게 지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주택은 저렴하고 실속있는 주택이 돼야한다는 것. 김진수 건국대 교수는 "고급스러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민간 건설업체가 짓는 아파트의 몫으로 공공의 몫은 저렴하고 실속있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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