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검찰로 넘겨졌다. 신상공개 이후 고유정의 심경변화를 통해 수사의 진전을 이끌어내려던 경찰의 기대도 무위에 그쳤다.
12일 오전 제주지방검찰청에 송치되며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나온 고유정은 다시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씨가 6일 오후 제주 제주시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6.06 leehs@newspim.com |
이날 고유정은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과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노출을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고개를 들라”고 소리를 지르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앞서 제주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는 지난 5일 고유정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유치장으로 이동하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가리던 고유정은 7일에서야 경찰서 내부에서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며 얼굴 사진이 공개됐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하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며 ‘우발적’ 범죄라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범행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도구 구입 이유에 대해 “목공에 관심이 많아서 구입했다”는 식으로 회피했으며, 피해자 혈흔에서 검출된 졸피뎀 투여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상공개가 고유정의 심경변화를 이끌어 낼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고유정은 신상공개 결정 뒤 “아들과 가족 때문에 얼굴이 공개 되느니 죽는 게 낫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으며, 실제로 신상공개 이후 잠을 잘 못 자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식사, 샤워 등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등 별다른 심경변화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부실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의자가 고개를 숙이고 얼굴 노출을 피할 경우 경찰이 강제로 공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고유정도 경찰서 내부에서 찍힌 사진을 제외하곤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다.
경찰청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자신의 체면, 얼굴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얼굴이 공개되면 어떤 형태로는 심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얼굴이 공개되면 더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해 자백 등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오히려 더 큰 비난을 우려해 방어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 수사기관이 피의자 얼굴을 먼저 가려주는가”라며 “모든 범죄 피의자들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공개하고 언론이 필요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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