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대한민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 부재와 정권교체 이후 지속되는 리걸 리스크,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등 안팎으로 악재가 쌓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급기야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위기를 공론화하였습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삼성전자의 현실과 돌파 전략을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보고받은 내용에 대해 강도 높은 ‘위기론’을 설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전자 관계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
매년 6·12월에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삼성전자의 핵심경영진들이 지난 반기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반기 경영 전략을 논하는 자리다. 자리의 특성상 예년에도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 먹거리를 위해 도전하자’는 경영진들의 주장이 위기론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몇 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리스크 요인은 크게 변하지 않은 데다 올해엔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업황 악화와 같은 새로운 장애물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 中 추격 거세지고 스마트폰 시장 역성장..기존 리스크 요인 그대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달군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업황 악화와 중국 기업의 가파른 추격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높은 북미 시장은 성장폭이 작은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시장 성장폭이 비교적 크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장이 눈에 띄는 이유다.
여기에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도 삼성전자의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4분기만에 1%대를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화웨이 고립이 심화될수록 중국 내부에서 ‘국산 제품 애용’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도 문제다. 이로 인해 중국 업체 점유율 독식이 심해진다면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의 중국 내 점유율 상승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 미중 무역분쟁·반도체 업황 악화..대외 불안요인 ‘엎친 데 덮친 격’
올해 최대 화두는 화웨이 제재를 비롯해 미중 무역분쟁이 글로벌 IT산업에 가져올 불확실성 극복 방안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큰 타격을 입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플러스 보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반적인 산업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 업체의 공급 부족이나 수요 감소가 경쟁사 제품으로 오롯이 전이되기 힘들다”며 “지난해 ZTE 제재가 미국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이어졌듯 단기적이고 불확실한 경우 더욱 전이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최고점을 찍었다가 올 초부터 급격히 꺾인 반도체 시장은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사업부 부진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추이. |
애초업계에선 반도체 시장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이며 하반기에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악화로 회복 시점은 더 늦춰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D램 가격과 매출 하향세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IHS마킷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10년만에 최악의 불황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삼성 위기, 한국 경제로 확대될까
문제는 삼성전자의 부진이 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매출액 기준 1000대 상장사 중 처음 1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1위를 차지해 온 공룡기업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도 높아 지난해 금융을 뺀 전체 코스피 상장기업 540곳의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37%를 넘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수출, 특히 반도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산업들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지 못한 채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제조업에서 중국의 추격과 같은 다른 리스크 요인은 계속되고 있는데 기존에 괜찮았던 반도체 업황마저 악화됐기 때문에 체감하는 위기가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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