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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홍콩 시위 후폭풍, 고민에 빠진 시진핑

기사등록 : 2019-06-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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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소식통 "中정부, 행정장관 교체·사임 의사 수용 못 해"
조슈아 웡 출소로 시위 장기화·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로 확산 가능성
美, 홍콩 '특별 지위' 카드 만지작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고민에 빠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홍콩 시민 200만명(주최 측 추산)이 거리로 나와 '검은 물결' 장관을 이뤘다. 주최 측이 추산한 지난 9일 시위 103만명 보다 약 두 배, 홍콩 시민의 약 27%가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특별행정구 수반)은 송환법 추진을 무기한 중단하고, 공식 사과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동요시키진 못했다.

시위대는 법안의 완전한 철폐와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들 요구를 쉽사리 들어주기란 어렵다. 시 주석의 리더십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2019.06.15.[사진 로이터=뉴스핌]

◆ 홍콩 수반 내치느냐, 포용하느냐…中 '진퇴양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어느새 람 행정장관의 사퇴 요구로 심화되자 중국 정부는 람 행정장관을 계속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의 최고 책임자와 그 지역을 법에 따라 통치하려는 홍콩 정부의 노력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루 대변인의 해당 발언은 정부가 람 행정장관을 조만간 경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람 교체설'이 중국 정부 내부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만도 아닌 듯 하다. 이번 홍콩 시위 사태 관련 회의에 개입하고 있는 익명의 한 홍콩 정부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일로 람 행정장관은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정치적으로 눈밖에 났다"면서 그의 연임 가능성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람 행정장관을 다른 누군가로 교체하거나, 그의 사임 의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중앙정부로부터 지명된 인물이고, 교체하려면 본토에서의 숙고와 검토,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현재로서 행정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중국 정부에 있어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에 사전 승인한 것 자체가 국가적 반부패 운동을 벌여온 시 주석의 강인한 리더십 이미지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무기한 연기'한 송환법을 재추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론의 뭇매로 무릎 꿇은 홍콩 정부가 법안을 다시 꺼내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는 진단이다.

◆ '우산 시위' 주역 조슈아 웡 출소

학생단체 데모시스토 공동 설립자이자 2014년 '우산 시위'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22)이 17일 조기 석방됐다. 웡은 17세의 나이로 우산 시위를 이끌어 전 세계의 주목의 받았다. 우산 시위는 2014년 홍콩 센트럴을 수개월 점거하며 행정장관의 직선제를 요구했던 시위다. 

조슈아 웡은 출소하고 몇시간 지나지 않아 법안 반대 시위자들을 만나 '악법' 철폐 시위에 동참하고,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웡이라는 강력한 리더가 합류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철폐되고 람 행정장관이 사퇴한 뒤에는 행정장관의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시위가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조슈아 웡(22)이 출소했다. 웡 씨는 출소 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 '범죄인 인도 법안'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06.17.

◆ 美, 對中 압박카드 하나 늘었다

홍콩의 송환법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 간의 대립이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확대돼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자주권을 계속 침해해 '선을 넘는다'면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홍콩을 개별 회원국으로 대우하는 특별 지위를 박탈해 중국과 마찬가지로 기술 교역을 중단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심층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상·하원의 의원 10명은 지난주 초당적으로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가 특별 지위를 갖는 것이 정당한지 매해 평가하겠다는 내용으로, 만일 기준에 미달하면 홍콩이 갖는 대미 특권을 박탈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가결되면 홍콩은 특별 지위를 잃고 중국에 속한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

홍콩 사태는 미중 정상이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하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일정 중에 만나면 논의될 것으로 점쳐진다. 비록 중국 정부는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폭스뉴스의 한 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날 기회를 갖을 것"이라며 홍콩 시위 사안도 논제에 분명히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16일 홍콩 시민들이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와 범죄인 인도 법안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홍콩 갑부들 자산 이전, 亞금융허브 잃을 수도 

홍콩 내 슈퍼 갑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로이터통신은 17일 재계의 한 '큰 손'이 1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홍콩 현지 은행에서 싱가포르의 씨티은행 계좌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자금 이전을 담당하는 금융사 자문사는 로이터에 "대규모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누구도 드러내 놓고 자산을 옮기지는 않고 있지만 상당수의 자산가들이 행동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홍콩의 '일국양제'가 무너지면 중국 정부가 홍콩 현지의 금융 자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셈이다. 

홍콩 금융권 관계자들은 특히 싱가포르로의 자산 이전이 유달리 많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의 안전성이나 거래의 편의성 면에서 싱가포르가 낫다는 진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라면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현지 기업들도 계획한 행사를 연기하거나 일부에서는 사무소를 싱가포르 등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운용 자산 930억달러 규모의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 등 여러 기업이 홍콩 시위로 이번주 계획하던 이벤트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개발 업체 파이낸셜 홀딩스는 14억달러 규모의 부지 입찰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펄 프릿지 파트너스의 앤드류 설리반 이사는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상당수의 미국인 경영자들이 사업 거점을 싱가포르 등 타지역으로 옮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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