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든든한 '뒷배'를 과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중국 지도부의 가장 큰 현안인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시 주석이 협상 재개를 건너뛰고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 2020년 대선 출정식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지난 17일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오는 20~21일 이틀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이 2013년 집권 이후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2005년 이후 14년 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 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 주석의 방북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난 2월 베트남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답보 상태에 들어서고, 미중 무역협상이 지난 5월 초 결렬 이후 교착에 빠진 상황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美 십자포화로 수세 몰린 시진핑, 北카드로 협상공간 확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인권 비판과 화웨이 거래금지, 추가 관세부과 위협 등 십자포화를 맞으며 수세에 몰린 가운데 북미 협상에서 중국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 주석에게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재개해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미국의 강경 일변도 자세를 볼 때 협상을 재개하는 일은 당장은 힘들어 보이므로 북한 카드를 꺼내들어 미국 측의 양보를 얻어내자는 계산이 깔렸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런 해석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여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 측에서는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진행되는 두 정상의 만남을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으나, 미국 측에서는 양측의 G20 계기 정상회담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 카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협상의 공간을 마련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 센터의 자오 통 연구원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워싱턴에 상기시킬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 '金과 관계강조' 트럼프, 재선 출정식 앞두고 일격 당해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미 외교를 치적으로 홍보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껄끄러운 입장이 됐다. '친서 교환' 등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밀한 관계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으로 포장하며 2020년 대선 레이스의 동력으로 삼으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시 주석이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재선 도전의 공식 선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한 셈이다. 존홉킨스 대학의 달시 드라우트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한이 중국에 더욱 밀착할 수록, 트럼프는 김정은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친밀감을 강조하는 특유의 일대일 정치를 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 주석의 방북이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을 놓고 여론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으로 범죄자를 송환할 수 있는 이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은 G20 계기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포함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개입을 피하고 싶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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