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상습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과거 판결에 대한 재심 과정에서 같은 종류의 범죄를 저질렀다하더라도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심의 경우 그 판결의 구속력이 이후 범죄에는 미치지 않는 만큼, 이전 범죄와 이후 범죄를 묶어 처벌할 필요가 없이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따라 형을 감면해달라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전합은 “확정된 재심 판결의 기판력(확정판결에 부여되는 구속력)이 후행 범죄에 미치지 않는다”면서 “아직 판결을 받지 않은 후행 범죄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선행 범죄가 후단 경합 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데 대해 이미 재심을 거쳐 판결이 확정됐다면 그 이후 저지른 범죄에 대해 다시 처벌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A 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 말까지 수십 회 절도 범행을 저질러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상습 절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그러나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2016년 범죄가 재심 대상 판결이 된 자신의 2000년대 초 범죄와 경합범(확정 재판을 받지 않은 여러 범죄 또는 판결이 확정된 죄와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 관계에 해당해 면소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재심이 이뤄진 자신의 앞선 범죄 혐의에 대한 확정 판결을 항소 근거로 삼은 것이다.
그는 앞서 2001년과 2003년 각각 절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는데 이 판결에 적용된 법률조항인 특정범죄가중법 중 일부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2015년 나왔다.
A 씨는 복역 중이던 2016년 이같은 사실을 접하고 이미 판결이 확정된 2000년대 초 범죄에 대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들 범죄 사실에 대한 재심을 통해 그의 상습절도 혐의 유죄를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원심은 두 재심 판결 확정 이후인 2018년 10월 피고인 측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 전합 역시 대법관 11대 2의 의견으로 이같은 원심이 옳다고 보고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11명은 “동일한 습벽에 의한 후행 범죄가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판결 선고 전에 저지른 범죄라 하더라도 재심판결의 구속력이 후행 범죄에 미치지 않는다”면서 “후행 범죄는 재심대상판결과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상습범죄”라고 설명했다.
또 “나중에 행해진 범죄가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 판결 확정 이전에 저질러졌다 해도 두 사건 사이에 경합범이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이에 따라 형평성을 고려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나머지 2명의 대법관은 “확정된 재심판결의 구속력이 뒤에 행해진 범죄에도 미친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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