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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 오늘도 대규모 시위…'체면 구긴 시진핑'

기사등록 : 2019-06-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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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이하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 수천명이 21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정부청사와 입법회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본부로 이동해 본부건물을 포위하고, 경찰청장과 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경찰본부 건물을 포위하며 시위하고 있다. 2019.06.21.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오전 7시부터 입법회 청사가 위치한 애드미럴티역에 모였고 오전 10시쯤에는 시위 인원이 약 1000명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학생인 젊은 시위자들은 신원을 가리기 위한 마스크와 검은 옷을 입었다. 검은 옷은 평화적 시위를 하던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해 이에 항의하다 건물 난간에서 떨어져 사망한 한 30대 남성을 추도하기 위함이다. 고무탄·최루가스 등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 의사표시다. 일부는 '우산 시위'의 상징인 우산을 쓰고 시위에 참여했다. 

전날 홍콩 과기대, 홍콩 중문대 등 7개 대학 학생회는 정부가 오후 5시까지 4가지 요구를 반영하지 않으면 다음날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통첩했다. 4가지 요구는 △송환법 완전 철회 △12일 시위 '폭동' 규정 철회 △12일 시위 과잉진압 책임 경찰 처벌 △체포된 시위자 전원 석방 등이다.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날 입법회에서 예정된 의회 위원회 회의 일정들은 취소됐다. 경찰은 가오룽통과 애드미럴티 등 주요 지하철역 인근을 순찰돌았다. 오전 11시가 조금 안되는 시각에는 시위대 규모가 더 커졌고 홍콩 중심부인 하코트로드 양방향 도로를 점거했다. 

얼마 전 출소한 2014년 '우산 시위'의 주역인 정치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22)은 시위대에 완차이역 아스널 도로에 있는 경찰본부를 에워싸자고 주도했다. 경찰은 청사 주변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했다. 경찰본부 앞에서 웡은 "로 와이 청! 로 와이 청!"을 외쳤고, 시위대도 그와 함께 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스티븐 로 와이 청 경찰청장과 만남을 요구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시위대 규모는 커졌다. 12시 40분께 하코트로드와 경찰본부 도로 모두 마비됐다. 경찰 측은 시위대와 협상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경찰청장과 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관공서는 오후 2시부터 업무를 중단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홍콩 세무국 건물 1층을 점거한 상태다. 

시위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 아직 경찰청장 측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문가들 '홍콩 시위, 시진핑 체면 구긴 셈'

전문가들은 좀처럼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고 입을 모은다. 2012년부터 대대적인 부패척결 운동으로 공무원들 단속에 나서며 세력을 다졌고 마오쩌둥과 견줄 강력한 리더 타이틀을 거머쥔 시 주석이 이번 사태로 특별행정구 하나 관리를 못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서다. 

홍콩 출신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정치학 부교수 빅토리아 후이는 대규모 시위와 송환법 무기한 추진 중단과 관련, "이는 시진핑의 패배"라며 시민들은 람 장관이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이고, 송환법은 중국 정부의 지시였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 시노시즘 차이나 뉴스레터(Sinocism China Newsletter)의 편집장 빌 비숍은 재팬타임스에 시위는 "홍콩이 향후, 완전히 중국 본토와 통합되는 데 있어 홍콩인들의 엄청난 반감을 보여준다"며 "시 주석 아래 공산당은 점차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오는 2047년까지 주권을 보장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대규모 시위가 '외부 세력'의 지원으로 인한 '폭동'으로 규정해, 문제의 본질은 외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9일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일부 서방 세력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홍콩 사회의 안정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체제를 파괴하기 위해 문제를 일으키고,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서방 세력은 "검은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오는 28일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면서 홍콩 사태에 개입하고 있지 않다. 베이징 소재 정치 애널리스트 후아 포는 시 주석이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수의 강경 시위자들만 처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만일 홍콩 사태가 오는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일까지 지속된다면 시 주석 리더십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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