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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슈+] 탈북자동지회, 北 선원 '위장귀순' 주장하는 이유

기사등록 : 2019-06-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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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인터뷰
“선원들, 굉장히 훈련되고 여유 있어”
“행동 매우 치밀하고 심지어 거짓말까지”
“단속·조사 제대로 안해…경계망 뚫렸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15일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어선 선원 2명의 귀순은 위장 귀순일 가능성이 높다"는 탈북민의 주장이 나왔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22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4명 다 귀순하겠다고 하면 모양이 이상하니 북한이 2명만 귀순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사진 제공=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함경남도 단천 출생인 서 국장은 지난 2000년에 탈북, 올해로 탈북한지 20년이다.

연세대에서 통일학 석사를 한 뒤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자원개발실, NK지식인연대를 거쳐 지난 2016년부터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탈북자동지회는 지난 1999년 2월에 창립돼 북한의 독재체제 타도, 북한인권과 민주화 실현, 북한 실상 바로 알리기 운동, 북한 주민 돕기, 탈북민들의 권익 지키기 등의 활동을 펼쳐온 단체다.

이 단체에서 햇수로 3년째 일하고 있는 서 국장은 북한 선원들의 행동과 발언을 분석해볼 때 신뢰가 가지 않고, 탈북민으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 국장은 “선원들의 모습을 보면 배를 타고 며칠 동안 고생했다는 사람들 치고 뒷짐을 지고 서 있거나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 등 탈북민 입장에서 봐도 납득이 잘 안 갈 정도로 굉장히 훈련되고 여유가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어 “일반 탈북민들이라면 배를 타고 있다가도 육지에 내려야 살 수 있으니까 얼른 내리려고 할 텐데 바다에서 유유히 기다렸다 들어왔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그러면서 “선원들의 행동이 매우 치밀하다”며 “삼척항에 밤에 들어오면 총을 맞을까봐 기다려서 들어왔다는 것도, 요즘 중국 쪽에서 단속이 심하니 그를 피해서 배를 타고 바다 기상 상황이 괜찮을 때를 봐서 2~3일 만에 넘어온 것도 모두 계산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군의 발표와 달리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스스로 정박시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합동참모본부]

◆ “처음엔 北 돌아가려 했다? 그랬으면 서울 이모 언급 안 했어야”
    “韓 영화 보다 조사 받고 처벌 받기 싫어 귀순한다는 것도 거짓말”

서 국장은 특히 ‘처음에 4명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선장 등 2명이 귀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일부 언론보도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서 국장은 “올 때는 4명 중 2명이 귀순할 것을 모르고 왔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2명이 귀순한다고 했을 때 (귀환하겠다는 2명이) 배신자 취급을 당하기 싫어서라도 강제로 2명을 끌고 가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국장은 이어 “선원 중 한 명이 ‘서울에 사는 이모’를 찾았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이전에 탈북한 친척으로 보인다”며 “(언론에 나온대로) 귀환할 사람 같았으면 (탈북한) 이모가 있다는 말도 숨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들은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며 “한국 영화를 보다가 조사를 받았고 처벌을 받을까봐 두려워 귀순했다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를 보다가 적발되면 처벌해서 감옥에 보내든지, 뇌물을 써서 빠져 나오든지 둘 중 하나다. 그 사람의 말이 그럴 듯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말처럼 조사만 받고 다시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 어선이 정박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 삼척항. [사진=삼척시청]

◆ “北, ‘모두가 南으로 가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 보여주려 2명만 귀순”

서 국장은 아울러 4명 중 2명만 귀순하겠다고 한 것이 특히 위장귀순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서 국장은 “4명 중 2명은 귀순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을 놓고 ‘모두가 다 남한으로 가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는 것을 북한이 보여주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 국장은 또 “이번에 넘어온 목선은 의문점이 매우 많은 배”라며 “탈북자 3만명에게 다 물어봐도 이번 귀순을 이상하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위장귀순 가능성이 높은데 철저히 조사하지도 않고 (북한으로 다시)올려 보내고, 삼척항에 해군·해경 다 있어서 이중삼중으로 단속을 하는 걸로 아는데 북한 목선을 삼척항에 들어오는 일반 배였다고 생각하고 경계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우리 방어선, 경계망이 뚫렸다”고 우려했다.

서 국장은 “다만 이들 중 2명이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해서 꼭 군인은 아닐 수도 있다”며 “북한에서는 군복이 일반 주민들이 입고 다니는 옷에 비해 질도 좋고 오래 가서 많이 선호되는 편이다. 작업복으로도 더없이 좋다. 그래서 당국에서도 주민들이 군복 입는 것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 어선 삼척항 정박 관련 시간대별 상황

앞서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선원 4명이 탑승한 북한 소형 어선(목선)은 지난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어 남하한 뒤 직선거리로 약 130km를 이동, 15일 오전 6시 50분께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해 있다가 산책을 나온 우리 주민이 112로 신고(동해 해경)해 관계당국에 인계됐다.

이들은 지난 11~12일 사이 동해상에서 위장 조업을 하거나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해 야간에 여러 차례 엔진을 끈 상태로 해상에서 대기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선원 4명 중 2명이 귀순한 것을 두고 노크귀순 혹은 대기귀순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노크귀순은 북한 병사가 철책선을 넘었는데도 우리 측 병사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자 우리 군 초소 등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스스로 귀순 의사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또 대기귀순은 귀순하려는 북한 사람이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와서 기다렸지만 기다릴 때까지 발견이 되지 않아 스스로 귀순의사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이번 귀순은 삼척항에 밤에 들어가면 대응사격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밤에는 해상에 대기했다가 날이 밝자 들어온 것이므로 대기귀순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

그러나 이번 귀순을 단순히 대기귀순이라고 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 서 국장의 주장이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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