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1998년 검찰 조사를 받는 중 도주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가, 국내 압송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4남 정한근 한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재조사에 나섰다.
특히, 횡령 혐의로 재판 중 2007년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한 정 전 회장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 전 회장은 역대 최고 체납액인 2225억원을 체납해 불명예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4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국내 송환된 정 전 부회장을 상대로 21년간 해외 도피 경로를 비롯해 정 전 회장 생사 여부와 일가의 재산 은닉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김학선 기자 yooksa@ |
정 전 부회장은 1997년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가 보유한 동아시아석유주식 매각자금 320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이듬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2008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도피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정 전 부회장의 소재를 추적해온 검찰은 2017년 정 부회장이 미국에 체류 중이란 한 인터뷰 방송을 통해 지난해부터 정 부회장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해 미국에 범죄인도 청구했으나, 정 전 부회장의 소재지가 불분명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정 전 부회장 일가의 캐나다 거주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올들어 2월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신분을 세탁해 에콰도르에 입국한 사실을 포착해 국내 송환을 추진했지만, 에콰도르 대법원은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에콰도르 내무부에 정 전 부회장에 대해 강제추방을 요청하고, 에콰도르 당국이 정 부회장 출국 사실을 우리 검찰에 통보해 정 전 부회장이 결국 송환된 것이다.
정 전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정 부회장 조사를 통해 한보 일가의 은닉 재산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으로부터 정 회장이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수 전 회장이 생존해 있다면 올해 96세로, 검찰은 사망 여부 등을 에콰도르 측에 확인할 계획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의 체납액은 2225억원으로 역대 체납자 중 최고액이다. 이를 포함한 한보 일가의 체납액은 3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정 전 회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5조원대 부실대출과 정치권과 금융계를 상대로 한 대규모 로비 등 건국 이래 최대 금융 비리를 저질러 외환위기 사태를 촉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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