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신용카드사들이 항공·숙박·액티비티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환전 수수료 등을 우대해주는 해외여행 관련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가맹점에서 카드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비자(Visa)·마스터(Master)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사업이다. 카드사들은 장기적으로 고객 저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카드사가 지나치게 출혈 경쟁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페이판 플랫폼에 탑재된 이 서비스는 숙박·교통·액티비티 등 다양한 글로벌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실시간 해외이용 상담 등도 지원한다.
하나카드는 해외전용 서비스 플랫폼인 글로벌 머스트해브(GMH)를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환전 수수료 우대, 해외 카드 결제 시 수수료 우대, 해외 특정 가맹점 할인 등 해외 여행 전반의 결제와 관련된 혜택 제공하고 있다. △국제선 전노선 최대 15% 할인 △해외호텔 비교사이트 최대 10% 할인 △해외 렌터카 초대 10% 할인 △해외직구 배송비 최대 20% 할인 및 캐시백 등을 진행중이다.
KB국민카드는 환율 상승에 따른 고객 부담을 줄여주는 '해외이용 환율서비스' 제공 중이다. 환율 상승기에는 카드 이용일자의 환율을, 하락기에는 전표매입일자의 환율을 선택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결제한 후 전표 매입까지 3~4일의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공략한 서비스다.
이 같은 서비스들은 항공사·숙박업체 등 해외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비자·마스터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사실상 수익이 남지 않는 사업이다. "캐쉬백이나 할인혜택 등으로 고객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사실상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드사들의 올해 수익 규모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에 따라 연간 8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5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억원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저변을 확대하고 충성고객을 늘려 결제금액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자칫 이 같은 마케팅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를 더욱 부추길 거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기준 연간 6조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 규모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해외여행 관련 서비스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당국의 눈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과 관련한 고객들의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이 시장을 보다 빨리 선점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일부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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