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왼쪽에는 디지털, 오른쪽에는 글로벌 날개를 달고 나아가겠다.”
오는 28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취임 당시 이같이 말했다. 그룹 내 손꼽히는 '해외통'다운 포부였다. 이를 위해 지 행장은 디지털기반 정보회사로의 탈바꿈, 글로벌 현지화 경영 등을 통한 글로벌뱅크 도약이라는 세부 목표를 설정했다. 이후 디지털과 글로벌을 융합한 새 사업모델 발굴에 역량을 모으며, 적지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
◆ ‘최연소 은행장’ 깜짝 발탁…그룹 목표 ‘2540’ 적임
지 행장 뒤에는 ‘깜짝 발탁’ 된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올 초만해도 KEB하나은행 내·외부에선 함영주 전 행장(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반대했다. 함 부회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점을 들어 CEO가 공석이면 지배구조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를 잇달아 표한 것이다. 결국 지난 2월말 함 부회장은 3연임을 포기했다.
이후 선택된 이가 지 행장이다. 올해 56세(1963년생), 시중은행장 중 가장 어린 그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지 행장은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지주 글로벌전략실장, 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및 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30년 은행생활 중 절반을 해외시장 개척에 힘썼다. 이러한 경험이 하나금융 비전에 맞는 적임자로 선택받게 된 이유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해외 이익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 '글로벌 2540'을 발표했다. 현재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목표 달성에는 그룹 내 큰 형님인 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지 행장도 취임 후 글로벌 강화에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디지털을 적극 활용했다.(디지털+글로벌) 지난 4월 '글로벌디지털전략협의회'를 신설했고, 은행 내 각 그룹별 전문인력으로 '디지털 어벤져스' 팀을 꾸렸다. 글로벌 2540 달성을 위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속도감있게 글로벌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 네이버와 손잡고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라인뱅크'도 추진했다.
해외 네트워크도 확장했다. 2015년 말부터 추진해온 인도 구르가온 지점은 지난 4월 예비인가를 받아 오는 10월 개점한다. 일본 후쿠오카 출장소도 다음달 지점으로 전환한다. KEB하나은행은 미얀마, 대만, 모르코에 이어 국내 시중은행에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추진, 3년 내 세계 6개 대륙에 모두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는 24개국 180개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해외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도 정비했다.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인재(HR) 2000명 양성이 목표다. 최근에는 해외주재원 파견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과장급 이상만 갈 수 있던 해외 현지법인이나 지점에 행원, 대리도 갈 수 있게 문턱을 낮춰준 것. 지 행장은 "행원이나 대리도 능력만 있으면 경쟁을 통해 해외주재원을 나가는 것이 은행이나 개인 입장에서 모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 해외 대출자산 6개월 새 9% 증가…실적 개선은 과제
짧은 시간이지만 성과는 벌써 가시화됐다.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대출금(해외지점 및 현지법인에서의 외화대출)이 올 5월 말 165억8780만달러(한화 약 19조원)로 작년 말에 비해 9% 증가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글로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지 행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출자산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외 협업 강화로 국외점포 전반적으로 대출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해외 IB(투자은행) 분야의 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해외 IB 분야의 올 상반기 이익이 5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2% 증가한 것이다. 런던 템즈강 실버타운 터널 건설 PF, ICBC 항공기 리스자산 매각 딜 주선권 등 두둑한 성과를 낸 덕분이다. 이에 KEB하나은행의 전체 IB 이익 중 해외 비중은 40%에서 43%로 소폭 올랐다.
이는 지 행장이 취임 후 ‘글로벌IB전담조직’을 신설한 것이 주효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 행장의 경험이 밑바탕이 돼 조직이 신설됐고, 인력이 증원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KEB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글로벌 항공기금융 분야 주선 실적을 확대하기 위해, 시중은행 최초로 해외 항공기리스 전문회사인 ACC, JLPS 등과 전략적 제휴(MOU)를 맺기도 했다.
해외에선 성과를 냈지만,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은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 1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4288억원으로 우리은행(5351억원)에 밀렸다. 작년 1분기만 해도 KEB하나은행 순이익은 5769억원으로 우리은행(5459억원)보다 높았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원이 대거 퇴직하는 등 1회성 요인이 대거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지만, 하반기 벌어진 격차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한 차례 무산됐다. 하나은행은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지분 10%를 투자해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이 혁신성을 이유로 키움뱅크 컨소시엄을 허가하지 않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다, 안한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프로필 ]
-1963년 경남 밀양 출생
-1989년 한일은행 입행
-1991년 하나은행 영업준비사무국
-1998년 외환기획관리팀장
-2001년 홍콩지점 차장
-2004년 선양지점장
-2007년 중국유한공사설립단 팀장
-2010년 하나금융지주 차이나데스크팀장
-2011년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전략실장
-2014년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 전무
-2014년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행장(전무)
-2018년 글로벌사업그룹장(부행장)
-2019년 3월~ KEB하나은행장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