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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비스트' 이성민 "촬영 후 성취감 느꼈죠"

기사등록 : 2019-06-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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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브르 36번가' 리메이크 작품서 타이틀롤 민태 열연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 이정호 감독과 세 번째 호흡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이제는 자타공인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다. 배우 이성민(51)이 ‘목격자’(2018) 이후 또 한 번 주연작을 들고 여름 극장가 대전에 합류했다. 그의 신작은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비스트’다.

‘비스트’는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재해석했다.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웅크리면서 봤어요(웃음). 숨을 조심스럽게 쉬면서 볼 수 있는 단단한 스릴러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아마 스릴러를 좋아하면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죠. 물론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고요.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죠. 만족스러워요.”

극중 이성민은 한수를 열연했다. 인천중앙경찰서 강력 1팀의 에이스 형사. 대한민국을 뒤흔든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던 중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를 통해 범인을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춘배의 살인사건을 은폐한다.

“한수는 휴가도 제대로 못갔을 거예요. 한 번 꽂히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향이죠. 범죄자 검거에도 집착이 있어요. 와이프와 별거한 이유도 그거죠. 그렇다고 민태처럼 승진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한편으로는 쉬고 싶지만, 이 일이 끝이 없는 거죠. 그러다 한 사건에 엮이면서 곤경에 처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또 오마담, 춘배를 대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인간적 면도 좋았죠.”

매력적인 캐릭터임은 분명했지만, 연기 자체가 쉽진 않았다. 한수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인물. 특정 단어 혹은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감정선을 소화해야 했다.

“막막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감독님도 계속 괴롭혔는데 답을 안주시더라고요(웃음). 어렴풋한 상상으로 시작했어요. 감독님은 쫓아가는 한수를 통해 그의 심리를 진하게 보여주고 싶어 하셨어요. 덕분에 전 극단적 감정을 연기하는 경험을 했죠. 사실 자신 없는 연기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취득했다, 겪었다’는 느낌이 커요. 힘들긴 했지만, 제게 없는 걸 발견한 기회였죠.”

그는 이정호 감독 덕분이라고 했다. 사실 이성민은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하지만 이 감독은 늘 그에게서 낯선 얼굴을 끄집어냈다. 전작 ‘방황하는 칼날’(2014)도 그랬다. ‘베스트셀러’(2010)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이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을 한 이성민은 “바로 그게 이 감독의 매력”이라며 웃었다. 

“감독님이 배우들을 짜내는 스타일이에요. 배우들의 연기를 끄집어내는 게 탁월하죠.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내게 없다고 생각한,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 주니까 좋아요. 감독님 작품을 보면 특정 이미지로 익숙한 배우도 잘 안써요. ‘방황하는 칼날’ 때도 전 그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였죠. ‘베스트셀러’를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지금 대한민국을 흔드는 좋은 배우가 다 나오거든요. 안목도 탁월해요.”

전작인 ‘공작’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이성민은 이 영화로 제27회 부일영화상, 제55회 대종상영화제,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10회 올해의 영화상,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우주연상(남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비교적 그것과 현실을 잘 구분하죠. 백상에서 상 받고 집에 가서 바로 음식쓰레기를 버린 것처럼요. 하하. 당연히 좋긴 하죠.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군대 갔을 때 빼고는 연기를 안한 적이 없어요. 늘 배우로 살아왔죠. 배우로서는 꿈을 이룬 거니까 너무 기뻐요.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 마음이 편하죠. 배우로 살면서 영화사에 뭐든 하나 남기고 가는구나 싶죠. 그러나 말했듯이 내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웃음).”

가장 이성민은 달라지지 않았을지언정 배우 이성민은 달라졌다. 벌써 정해진 차기작만 세 편. 영화 ‘남산의 부장들’ ‘미스터 주’ 촬영을 마친 그는 현재 ‘제8일의 밤’ 촬영에 들어갔다. 힘들지 않냐는 걱정에 그는 재차 마음이 편해져서 괜찮다고 했다. 가벼워진 마음이 단지 트로피 때문만은 아니다. 다수의 작품, 특히 ‘공작’을 기점으로 이성민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예전에는 뭔가 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근데 이제 좋은 연기,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스태프들과 내가 함께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연기라는 걸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 거예요. 그걸 알고 나니 확실히 덜 외롭죠. 행여 촬영이 힘들어도 마음은 힘들지 않아요. 행복합니다(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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