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정부의 자사고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재지정 평가를 앞둔 서울지역 자사고를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학생수 감소로 인해 중장기 운영계획 수립이 쉽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규제만 늘리고 있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자사고는 22곳으로 이중 경희고, 동성고, 배제고 등 13곳에 대한 재지정 결과 발표는 7월 둘째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이날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7월10일 이전에 재지정 평가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2019.06.26 leehs@newspim.com |
표면적으로 모든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정부의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판하고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를 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 학교별 상황에 따라 속내는 복잡하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입학 경쟁률이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모집 정원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원 미달이 발생할 경우 학교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운영비와 인건비에만 수십억원이 필요하다. 학교재단에서 10억원 이상 지원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미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사실상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자사고 경쟁률은 하락 추세다.
학교별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자사고 22개의 평균 경쟁률은 2017년 1.7대 1에서 지난해 1.3대 1까지 감소했다. 일반전형 정원이 미달하는 자사고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저출생 심화에 따른 학생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 자사고들의 미달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른바 ‘마지노선’ 붕괴가 멀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교회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06.20 mironj19@newspim.com |
익명을 요구한 자사고 관계자는 “잘사는 동네나 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 자사고는 정원 확보에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운영 자체가 쉽지 않다. 미달이 계속 발생하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없고 결국 학교 자체가 문을 닫아야 한다. 경쟁률이 낮고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자사고들은 일반고 전환을 내심 바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서울 자사고 내부에서는 차라리 정부가 일괄적으로 모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선별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경우,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학교측이 법적 소송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정부가 일반고 전환 책임을 자사고에 전가시키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100년을 바라보는 교육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정부가 정치적 이념에 따라 자사고를 만들고 죽이고를 반복하려 한다. 사교육에는 손도 못대면서 자사고만 없앤다고 쏠림 현장이 없어질 것이라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정부가 상황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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