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피오나는 법이 삶을 지배할 정도로 일을 우선시하는 판사다. 덕분에 모두에게 존경받지만, 결혼생활은 위태롭기만 하다. 일에 미쳐있는 아내를 보다 못한 남편 잭(스탠리 투치)은 급기야 “바람을 피울 것 같다”고 폭탄선언한다. 피오나는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시각, 런던가정법원은 현재 가장 민감한 사건의 적임자로 그를 지목한다.
피오나에게 주어진 새 재판에는 만 17세 9개월의 미성년 애덤의 생사가 달렸다. 애덤과 그의 부모는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치료에 꼭 필요한 수혈을 거부하는 상황. 언론은 물론 각계각층의 이목이 주목된 재판이다. 피오나는 마지막 판결을 앞두고 애덤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고, 그날의 만남은 피오나의 삶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영화 '칠드런 액트' 스틸 [사진=㈜더쿱] |
영화 ‘칠드런 액트’는 <속죄> <체실 비치에서>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언 매큐언은 소설 출판 전부터 40년 지기 리처드 이어 감독에게 영화화를 제안, 준비했다. 제목인 ‘칠드런 액트’는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유명한 아동법(The Children Act)에서 따온 것으로, 법정이 미성년자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법정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판결 과정이나 법정신 자체에 맞춰져있지 않다. ‘칠드런 액트’는 재판 이후 달라진 피오나와 애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인생은 끝없는 우연과 선택으로 이어져 있다고, 그렇기에 매 순간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아울러 우리가 사랑 혹은 관심이란 명목으로 타인의 인생에 관여했을 때 그 책임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보여준다.
피오나를 연기한 엠마 톤슨의 연기는 ‘칠드런 액트’ 최고의 강점이다. 그는 영화의 한 가운데서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 가는 동시에 피오나의 섬세한 내면을 흐트러짐 없이 표현한다. 애덤 역의 핀 화이트헤드도 좋다. ‘덩케르크’(2017)를 통해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그는 특유의 몽환적인 매력을 살려내면서도 10대 소년의 혼란스러움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오는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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