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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비스트' 전혜진 "엄마냐 배우냐, 무의미한 질문이죠"

기사등록 : 2019-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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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비스트’는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희대의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한 명의 주요 캐릭터가 등장한다. 두 형사의 싸움에 불을 지피는 마약 브로커 춘배다.

원래 춘배는 창배였다. 성별 역시 한수, 민태와 같은 남자. 시나리오 속 춘배가 창배로, 그가 그녀로 바뀐 건 오로지 한 사람, 배우 전혜진(43) 때문이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호 감독은 전혜진을 만난 후 캐릭터 자체를 바꿔버렸다. 자신을 단숨에 매료시킨 전혜진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영화에 넣고 싶었기에.

“처음 감독님 제안을 받고는 완전 좋았죠. 하지만 오케이를 해놓고 같은 고민을 했을 거예요. ‘쟤가 혹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웃음). 어쨌든 남자였을 때는 조금 더 어리고 불량스러운 캐릭터였죠. 또 남자라서 이해되는 장면들이 있어서 그걸 바꾸는 과정이 있었고요. 당장 호칭부터 다르니까요.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많았죠. 동시에 너무 오버스럽지도 않아야 했고요.”

춘배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정한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정보원이다. 교도소 출소 직전 귀휴를 나와 한수를 찾아간 춘배는 한수에게 살인마와 관련된 결정적 단서를 준다. 대신 자신의 살인은 은폐해달라고 한다.

“춘배는 뭔가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죠. 한수를 괴롭히고 그에게는 짐 같은 존재예요. 누군가는 싫을 수 있지만, 전 그게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불쌍했죠.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전사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지내다가 소년원을 들락날락했고 그러다 한수를 만났죠. 조두식을 죽인 것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고요. 전사를 아니까 전 춘배의 모든 게 이해됐죠.”

전혜진은 춘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큰 뼈대만 남겨놓고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난 캐릭터다 보니 내외적으로 수정, 보완할 부분이 많기도 했다.

“준비 과정이 제법 길었어요. 우선 많은 자료를 봤어요.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매일같이 봤죠. 촬영 전날까지도 계속 춘배와 가까운 모습을 찾아갔어요. 문신 같은 경우는 원래 얼굴 반까지 올라왔는데 촬영 직전에 보니 과해서 지우고 새로 했죠. 대사 톤을 잡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고요. 감독님께 떼인 돈 받으러 온 사람처럼 계속 물어봤어요(웃음).”

고난도 액션도 소화했다. 특히 경찰서 뒷골목에서 이성민과 치고받는 신은 보는 이들까지 힘이 들어갈 정도로 세다. 이 과정에서 부상도 있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이성민은 전혜진이 자신의 구두에 차여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액션은 시작할 때 되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재밌었어요. 물론 나중에 한의원을 가야 했지만요. 하하. 눈물은 정말 의지와 상관없이 흘렀죠. 안그래도 성민 선배가 넌 왜 아프다는 말을 안하냐더라고요. 엄살떠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자존심이 강해서이기도 하죠. 그리고 액션보다 육아가 더 힘들거든요. 그땐 진짜 제 안의 비스트를 보게 되죠. 아주 극한의 상황이 와요(웃음).”

전혜진 안의 괴물을 끄집어내는 건 9세, 11세 두 아들이다. 지난 2009년 배우 이선균과 결혼한 전혜진은 배우인 동시에 엄마의 롤을 맡고 있다. 세상 모든 워킹맘이 그러하듯, 전혜진에게도 육아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요즘은 영화 홍보에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 촬영까지 겹쳐 정신이 없다.

“계속 고민은 해요. 특히 ‘검블유’ 같은 경우는 오피스물이라 주말 촬영이 많거든요. 아직 애들이 어린데 챙길 수 없어서 미안하죠. 배우와 엄마, 둘 중 뭐가 우선이냐는 질문이나 답변은 이제 무의미하고 모호해졌어요. 그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지 말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죠. 드라마는 이제 막바지 촬영 중이에요. 근데 대사를 아직 못외워서 큰일이네요(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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