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황수정 기자 = 오래된 고전이지만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물론,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고민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는 현명함도 보여준다. 5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웃음과 감동을 준다.
제13회 DIMF 폐막작 '테비예와 딸들'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러시아 뮤지컬 '테비예와 딸들'은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딤프)의 폐막작으로 초청된 작품이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되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유대인 문화를 녹여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작품은 20세기 초 이나테프카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가난한 우유배달부 테비예와 다섯 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랜 전통과 신앙을 유지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테비예는 변화하는 시대와 사랑을 찾아 떠나는 딸들과 갈등을 빚는다. 전통을 고집하긴 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던 테비예는 결국 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축복해준다.
제13회 DIMF 폐막작 '테비예와 딸들'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테비예와 그의 아내 골데는 전통을 중시하는 세대를 대표한다. 세대 간의 갈등은 언제나 계속되는 문제지만, 테비예의 행동은 매우 인상적이다. 딸이 원하는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귀신을 동원한다. 전통적 가치관을 따르는 것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딸의 행복을 위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조건적인 전통을 고수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길을 택하며 화합과 사랑을 전한다.
테비예 가족의 이야기는 당시 박해받는 유대인의 시대상도 담아낸다. 러시아의 유대인 강제 이주, 러시아 혁명 등이 이야기의 배경과 등장 인물로 잘 녹아들어 있다. 때문에 이나테프카 마을 사람들이 전통을 중시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또 고난의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유대인의 정서와 유머가 곳곳에 포진돼 극이 유쾌하게 흘러간다.
제13회 DIMF 폐막작 '테비예와 딸들'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무엇보다 흔히 볼 수 없었던 유대인의 민속 문화에 러시아 뮤지컬 색깔이 덧입혀져 다채롭게 펼쳐진다. 유대인 민요과 전통 춤으로 무장한 화려한 퍼포먼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공동묘지에서 보여준 시체들의 퍼포먼스나 결혼식을 맞아 선보이는 다양한 군무는 매우 인상적이다. 유리병을 머리에 얹고 춤을 추는 묘기까지 선보여 환호를 자아낸다.
사실 뮤지컬 '테비예와 딸들'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애초에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소개됐지만 저작권 문제로 인해 넘버와 제목이 바뀌었다. 또 첫 공연 당시 극 후반부에 자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문제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품은 보편적 정서를 담은 고전의 미학을 잘 보여주며 러시아 뮤지컬에 대한 매력과 기대감을 높였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