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가 '절차 강화'가 아닌 '승인 불허'로 이뤄질 경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단순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협력업체인 소재·장비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0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과 해법' 세미나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 시장 전망과 과제' 발표를 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0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발표했다.
이 위원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수출 제한 품목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통제 관련 신뢰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일본 기업의 한국인 강제 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인 리지스트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식각(에칭)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다. 이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필수적인데 일본 의존도가 높아 사실상 대체가 어렵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해 "보통 무역제재가 무역 적자국이 취하는 조치인데 일본의 대한국 무역은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며 "일반적인 무역 제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소재들은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70~90% 이르고 한국 기업들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전후방 산업으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이번 규제가 단순 '승인 절차 강화'로 그친다면 수출이 허가돼 승인에 필요한 약 90일만 정도만 어려움이 있고 큰 피해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공급 차질을 빌미로 떨어진 메모리 가격을 높이는 '협상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주문 일정을 조정하면 초기 선적 이후의 공백기도 제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 수출 규제 시나리오별 국내 산업 영향. [자료=한경연] |
문제는 '수출 불허' 결정이다. 규제가 '승인 지연'이 아닌 '불허'를 노린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위원은 "정부 승인 단계에서 수출 불허 결정이 나면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갈수록 불허 결정이 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단기간 내에 대체 물질 혹은 대체 공급자로의 100% 전환이 불가능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 불허' 결정이 나게 되면 반도체 생산이 축소될뿐 아니라 생산과 연관된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실적 악화되고, 나아가 스마트폰, PC, 서버 등 반도체가 사용되는 전기·전자 분야의 부품 대란이 발생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위원은 "소재 확보의 어려움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될 수는 있으나 이는 긍정적인 결과가 아니다"며 "오히려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해 가동률이 떨어지고 묶이는 고정비가 늘어나 피해가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협력사들이다. 이들은 재정 구조도 약해 적자를 내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재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줄도산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무역제재 품목이 확대되는 경우를 꼽았다. 이 연구원은 "이번 규제가 장기화 돼 다른 산업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실리콘 웨이퍼, 배터리 소재, 측정·정밀 장비, 광학 기계, 반도체 장비, 화학원료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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