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지난 10일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대응책 논의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단기 뿐 아니라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등 단계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의 목적은 참의원 선거 이용과 신뢰 훼손의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중 진의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며 "문 대통령은 이 중 후자로 보는 것으로 사태 장기화를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이 한일 사이 신뢰가 훼손됐다는 표현을 썼는데 일본인들은 신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지금의 수출 규제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요구하는 절차만 잘 따르면 수출을 허가한다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이 지금 한국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조 교수는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중재위원회 기한인 18일을 넘기면 추가 조치가 또 나올 것"이라며 "일본은 한국의 체면을 가장 손상시키고,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면서도 국제법적으로 애매해 일본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조진구 "중재위 요청 답변시한 18일 지나면 日 추가조치 받드시 나올 것"
신율 "강대 강 대치는 출구전략이 중요, 미국 등 글로벌 산업 피해 적극 알려"
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조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본에 강한 톤으로 말하는 것이 별로 실익이 없다"며 "강대 강 대치는 출구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한데 냉정하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한테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일본 기업에게도 피해가 올 것이고, 일본 정부가 이제까지 지켜왔던 자유무역 원칙도 훼손될 수 있어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는 삼성이나 SK가 가지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의 몫이 워낙 커서 단순히 한일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한 문제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세게 공격하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현재의 수출 규제는 일본이 정한 절차만 잘 따르면 수출을 하겠다는 것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한일 간 신뢰가 무너진 것이 더 심각하다"며 "당장 일본은 18일이 지나면 추가 조치를 할 것이고, 한국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피해를 주면서도 국제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을 건드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교수도 "2015년 한일 위안부 갈등 때는 미국이 나섰지만, 지금은 미국이 나서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오지 않으면 나서지 않고, 양자협의를 선호해 나서지 않는 것인데 미국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 간에 치킨 게임을 할 수는 없어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신 교수는 "일본의 조치는 참의원 선거를 위한 부분과 한일 간 신뢰의 문제가 원인이 됐다고 분석할 수 있는데 문 대통령의 톤다운은 상황의 장기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기업 총수 간담회 주요 발언 [그래픽=뉴스핌] |
◆문대통령 "일본, 더 이상 막다른 길로 가지 말라" 강도 높은 경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 미치게 될 것, 국제적인 공조 추진하겠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기업 총수들과 만나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화답해주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문 대통령의 수출 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 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국 경제와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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