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위기에 처한 대기업들이 정부의 중장기적인 기초산업 지원과 함께 환경·금융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한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30대 그룹 총수들은 1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기업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는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이 빠짐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싶도 깊은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들은 간담회에서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형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기초 소재·부품 다변화와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국내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긴급간담회를 갖고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청와대] |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은 부품 산업 경쟁력 강화와 부품 국산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공감을 나타내면서 장기적 관점의 긴 호흡으로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기업 총수들은 "돈이 너무 안정적인 분야에만 몰리고 기초소재, 부품 산업 등 위험이 큰 부분에 가지 않는 점을 강조하며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부품·소재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을 위한 금융규제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총수들은 또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등의 유연한 해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화학물질에는 이같은 법들이 문제가 안되지만, 신화학물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부품 및 소재 개발을 위해 산업안전법에 대해서도 다소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업인들은 정부가 언급한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시설의 확충 등에 대해 적극 동의했다.
또 기존의 안정된 품질과 낮은 가격, 편리한 사용이 중심이 돼 선택했던 부품·소재가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는 경험 속에서 이제 국내 대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소재 다변화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한편 정부의 단기 대책으로 발표된 소재부품의 국산화에 대해 다소 "긴 호흡의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 기업 총수는 "소재 부품의 국산화와 관련해서는 장비 쪽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이 낮다"며 "최고급 제품을 생산하거나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도 한단계 높은 품질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기업인은 "소재·부품의 국산화에는 긴 호흡을 가진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1년 반 전에 소재에 대해 세계 최초로 국내 양산 체제를 갖춘 경험이 있다"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계속 노력하면 우리도 소재 쪽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기술과 공장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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