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아베 신조(安倍信三)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 "정치적 이유를 위해 무역을 멋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아사히신문은 후쿠나가 유카(福永有夏) 와세다(早稲田)교수의 인터뷰를 전했다. 후쿠나가 교수는일본 내에서 국제경제법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그는 우선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 조치 자체를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WTO협정에 있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21조에 "안전보장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무역 제한은 예외조치로 정당화된다"고 되어있기 때문이다.
후쿠나가 교수는 "안전보장상 예외조치는 당사자인 국가가 기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국의 재량이 대단히 폭넓게 인정된다"며 "WTO도 지금까지 안보상 예외조치에 대해선 거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본 정부의 방식이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할 순 없다"고 했다. WTO 위반이라고 까지 말할 수 없을 뿐, 국제 규칙에 근거한 무역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안보를 이유로 무역제한을 건 건 아베 총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관세 조치를 발동했을 때의 이유도 '안보'였다. 미국은 외국서 유입된 값싼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자국 내 산업기반이 취약해져 경제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후쿠나가 교수는 "지금까지 WTO 가맹국은 안보를 이유로 한 무역제한 조치를 발동하는데 신중했었는데, 이는 재량이 큰 만큼 멋대로 무역규칙을 바꿀 위험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의 이유로 드는 이유는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훼손 △수출관리와 관련해 한국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 2가지다. 후쿠나가 교수는 "후자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첫번째 이유나 미국의 논리에 대해선 '정말 안전보장 상 이유인가'라고 의문을 품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이 지금 (한국에 대해) 취한 조치는 미국의 방식에 가까운 것"이라며 "국제규칙을 경시하고 정치를 위해 자기입맛에 맞게 무역을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한국은 일본의 조치에 대해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9년 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대해 WTO에 제소해 정당성을 인정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후쿠나가 교수는 중국의 수출규제와 이번 조치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규제의 근거로 '자원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들었다"며 "안보상의 예외조치와 비교했을 땐 재량이 그정도로 크게 인정받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WTO 제소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린다. 2010년 중국이 시행한 희토류 수출규제에 대한 WTO의 판정이 나온 것도 2014년이었다. 후쿠나가 교수는 "(한국이) 당장 효과를 원한다면 일본이 사용한 안보상 예외조치를 똑같이 사용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후쿠나가 교수는 "이번 조치는 '법에 근거한 분쟁해결'이나 '다각주의'라는 일본이 지금껏 지켜온 정신과 엇갈린다"며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따라하면서 WTO의 기능부전에 처해, 보호주의적인 조치가 세계에 만연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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