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 강화로 일본 내 컴퓨터 제조사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부품 조달에 영향이 있는 건 틀림없다"
하야시 가오루(林薫) VAIO 이사는 9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소니의 개인용컴퓨터(PC) 사업부문이 독립한 VAIO는 일본 국내에서 PC를 생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반도체를 조달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하야시 이사는 한국 외의 대체 조달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50~70%를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샤프의 자회사인 다이나북의 가쿠도 기요후미(覚道清文) 사장은 "(수출 규제의)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전망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반도체 공급에 리스크를 의식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측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까지 부품조달 담당 간부를 대만에 파견했다. 이번 규제대상에 포함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제조사 공장이 대만에 있기 때문에, 공급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시점 에칭가스 재고 1개월 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내에선 약 3개월 분량을 확보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움직였다. 그는 지난 7일 일본에 입국해 대형은행 간부와 면담을 가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부사장은 이번주 후반까지 일본에 머무를 예정"이라며 "필요시 거래처인 반도체 관련 기업 간부들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규제강화 품목 외의 소재를 다루는 일본 회사에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 일본의 한 화학 대기업 간부는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생산 영향으로 이제까지 없던 위기감을 갖고있는 것 같다"고 했다.
LG화학 측도 문제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9일 "일본이 규제품목을 늘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품목이 확대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관련 소재가 규제 품목에 더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부회장은 "조달하는 나라를 늘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산업성의 규제 강화로 인해 일본 내 관련소재 기업에도 영향이 나오기 시작했다. 레지스트(감광재)를 생산하는 JSR 측 관계자는 "심사가 계약 별 심사로 바뀌면서 서류량이 늘어났다"며 "규정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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