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정성훈 기자 =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처음으로 열린 첫 한일 간 양자협의에서 양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설전만 거듭했다. 결국 6시간 만에 성과 없이 회의가 마무리됐다.
특히 일본은 수출규제의 이유로 한국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반출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출 통제제도가 미흡하고 수년째 한일 양자협의체가 가동되지 않았다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한일 전략물자 수출 통제 과장급 실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2019.07.12 kilroy023@newspim.com |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일 양자실무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일본 측은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북한을 비롯한 제3국으로 (불화수소 등의) 전략물자가 수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또 "일본 측은 언론 등에 공개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정책관에 따르면 일본 측은 수출규제 강화의 이유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Catch-All) 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캐치올은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니더라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출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다.
일본 측은 최근 3년간 한일 간 양자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예컨대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단초가 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한일 간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에 나선 근거라는 주장이다. 일본은 또한 이같은 근거를 들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입 통관 '패스트트랙' 지정)'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정책관은 "그동안 캐치올 의제에 대한 일본 측의 요청이 없었다"며 "일본 측 주장과 달리 한국의 캐치올 통제는 방산물자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작동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반박했다.
이 정책관은 "산업부와 전략물자관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100여명의 인력이 전략물자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전략물자 통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오른쪽),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한일 전략물자 수출 통제 과장급 실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2019.07.12 kilroy023@newspim.com |
일본 측은 이와 함께 불화수소 등 3개 반도체 부품소재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과 관련, "한국으로 가는 수출과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고 있어 유사사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책관에 따르면 일본 측은 "해당 품목은 국제 수출통제체제의 규제 대상으로 공급국으로서의 책임이 있다"며 "한국 측의 짧은 납기 요청으로 수출관리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측 대표단은 일본의 이같은 수출통제 이유가 매우 추상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달 1일 난데없이 발표한데 이어 사전합의 없이 불과 사흘 만에 곧바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서도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납기 문제는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으로 기업 간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일 대표단은 이날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에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1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부품 3개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 사흘 뒤인 4일부터 실시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일본에 두 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한일 간 실무회의는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공식적인 회의 종료 시간은 오후 7시50분께로 알려졌다.
회의에 앞서 일본 측은 우리 정부에 이번 조치가 외국과의 협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전달했다. 또한 이번 회의 성격에 대해서도 한국의 요청에 따른 설명회로 사실 확인을 위한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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