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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독일 공룡 기업들, 도미노 위기 원인은

기사등록 : 2019-07-1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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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민지현 기자 = 이른바 '주식회사 독일'이 신음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도이체방크를 필두로 화학 공룡 업체 바스프와 자동차 업체 다임러를 포함한 기업들의 이익 경고, 여기에 인수합병(M&A) 제동과 법적 분쟁까지 맞물려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의 거대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모습이다.

최근 꼬리를 무는 적신호는 제조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 전반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DAX 지수에 편입돼 있는 기업 중 3분의 1이 순익 경고를 냈다. 또 실적 악화에 따른 인원 감축 및 구조조정과 감독 당국의 각종 수사 및 법적 분쟁이 공룡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지난주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글로벌 트레이딩 사업부 청산과 투자은행(IB) 사업 축소, 1만8000명 인원 감축 등 대규모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BMW 최고경영자 하랄트 크뤼커 최고경영자는 연임을 하지 않고 내년 4월 계약이 끝나는 대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독일 거대 화학 기업 BASF도 미중 무역 전쟁과 자동차 사업 부문 둔화에 따라 올해 순익 전망치가 30% 낮아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순익 경고를 내놨다.

이달 글로벌 컨설팅회사 어스트앤영(Earst & Young, EY)은 "독일 기업들이 중요성을 잃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임러가 생산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로고[사진=로이터 뉴스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 경제가 전세계 무역 분쟁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거시적 요인 뿐 아니라 독일이 과거 경제 성장에 대해 안주하고 디지털화에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자국 문제가 크다고 짚었다.

지난 3월 독일 경제는 전년 대비 0.7% 성장에 그치면서 유로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쳐졌다. 올해 초 독일 정부는 당초 올해 1.8%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1월에 1.0%, 4월에 0.5%까지 낮췄다.

DVAM에셋매니지먼트의 마커스 쉔 이사는 "바로 지금이 위기"라며 "독일 경제가 너무 오랫동안 호황을 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일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 아직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부문은 독일 자동차 업계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디젤 자동차의 수요가 꺾이고 전세계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자 사업상 어려움이 커졌다.

BMW와 다임러는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특히 다임러는 지난 3주동안에만 두번의 이익 경고를 내렸으며 폭스바겐도 7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독일이 디지털화에 발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독일 기업 경쟁력 악화 요인이다.

이번주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은 디지털 산업에서 독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구글과 애플 경영진을 만나기 위해 실리콘 밸리를 방문하는 등 표먼적으로 독일 정부와 기업들은 디지털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일과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강한 규제로 독일 기업들이 미국 등의 거대 기술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정보보호법에 대한 강한 규제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수익화하는 능력이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EY의 휴버트 바스 이사는 "페이스북과 아마존과 같은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독일 기업들을 말해보라"며 "중대한 역할을 하는 독일 회사는 명백하게 없다"고 지적했다. 

 

jihyeon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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