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 운영에 필요한 특별예산 요청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거부했다. 그리고 윤 원장은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최 위원장이 요구한 특사경의 수사와 조사업무 분리에 동의했다. 두 사람이 지난 2년간 곳곳에서 이견을 보이는 등 ‘권력’ 다툼 속에서 최 위원장이 윤 원장을 제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 5월2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의 수사업무와 조사업무가 분리돼야 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두 업무 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에서 정보교류가 차단돼야 하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 가지만 부탁을 드리면 관련된 ‘예산지원’ 같은 것에 대해 금융위 쪽에서 적극 지원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왼쪽)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26 yooksa@newspim.com |
하지만 최종구 위원장은 윤 원장의 이 같은 바람에 대해 단호했다.
최 위원장은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가 조사업무를 위탁했기 때문에 관리책임(지시 등)도 지는 것이고, 검찰은 특사경 조직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서 “금융위와 검찰 간에 기본 틀에 대해서 합의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특사경이 담당할 불공정거래 조사업무의 성격도 명확히 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선 행정조사와 수사가 있는데 이 각각의 역할이 구분돼 있고 장·단점이 있다”면서 “현행 법이 증선위를 중심으로 행정조사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그 다음 금감원 조직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선위의 조사업무 일부를 금감원에 위탁해서 집행하고 있는 체계”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남부지검에 파견돼 특사경으로 지명될 금감원 직원 10여명이 맡을 사건은 금융위, 법무부, 검찰 등 3자가 합의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긴급·중대(패스트트랙) 사건에 한정해, 금감원 특사경이 집행만 하게 된다. 오는 18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윤 원장이 특사경의 수사지원 시스템 관련 ‘추가경정예산’ 6억7000만원에 대한 요청도 거부됐다. 금융위는 지난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감원 예비비 약 4억원에서 해결하라고 했다.
금감원의 예산 재원은 감독분담금과 발행분담금, 한국은행 출연금, 기타 수수료로 이뤄진다. 예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피감기관인 은행, 금융투자,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규모에 따라 달리 책정해 받는 준조세 성격이다. 발행분담금은 금융위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발행인이 납부하는 돈이다. 이 예산 재원은 모두 금융위가 관리하는 것으로, 금감원이 요구한 추경은 이 예산 재원에서 더 달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권력’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은 특사경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키코 피해보상,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이견이나 서로를 향한 견제 등이 전부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이번 특사경 논란을 통해 윤 원장과의 힘겨루기에서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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