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서 혼쭐이 났다. 상임위 업무보고자료에 일본의 수출규제를 지극히 형식적인 언급만 했다는 게 이유다.
여야 의원들은 “얼빠진 조직이냐”고 질타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자료 불충분을 인정하고 추후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해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15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유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없는 데 대해 맹공을 가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업무보고가 언제 작성됐느냐"며 "업무자료를 보면 과기정통부는 기강해이에다 얼이 빠진 조직이고 구석기 시대에 있다는 생각이다. 한일사태는 물론이고 미중갈등, 화웨이 사태 등 국내외적으로 시급한 것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에 교훈을 받았고 잘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유 장관 발언에 대해 최 의원은 "장관님 교훈도 얻으시고 참 좋으신 것 같다. 정말 한가로운 자세다. 주무장관이 이런 자세를 보이는게 말이 되느냐. 인식만 하는 게 장관 자리냐"고 쏘아 붙였다.
과방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업무보고자료를 보면 한참 전에 만든 것 같다"며 현안 대책의 부적절한 보고를 문제 삼았다.
유 장관은 "올들어 그 동안 업무보고를 못했다. 그래서 (업무보고에 치중하다보니) 현안 이슈에는 소홀했다.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추후라도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귀를 만지고 있다. 2019.07.15 kilroy023@newspim.com |
바른미래당의 신용현·박선숙 의원도 업무보고 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장관이 별도 보고하겠다고 한 만큼 회의 일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예상되는 일본의 경제보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와 과기정통부는 대응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과기정통부 답변자료를 봐도 '과기정통부는 일본의 규제 발표시점부터 점검을 실시했다. 향후 관련 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제출하겠다'고 밝혀 아직도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업무보고의 목차를 보면 △일반현황 △지난 2년간 성과 △주요업무 추진계획 △주요 현안 △주요 법안 순으로 구성됐다. 주요 업무와 현안에는 △국가 연구개발(R&D) 혁신 △미래신산업 △5G+ 전략추진 △4차 산업혁명 대응 미래인재 양성 △바이오헬스 △ICT 규제 샌드박스 등 그간의 업무와 현안 중심이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서는 단 1페이지만 할애했다. 내용도 소재 분야에 대한 정부 R&D 투자현황·성과·문제점만 간단히 언급했다.
‘R&D 대응방향’ 부분에서도 “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핵심소재 분야 대외의존도 탈피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 지원방안 마련”이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구체적 대책'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유 장관이 최근 민주당 부산시당 싱크탱크 오륙도연구소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최연혜 의원은 '부산 출마를 염두한 행보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의원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차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며 "장관직을 떠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륙도연구소장을 지낸 유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 출마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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