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모호한 우려를 앞세워 글로벌 자유무역을 훼손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NYT는 또 국가 안보를 내세운 무역 규제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을 따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최근 한국의 삼성 등에 공급되는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려 들고 있으며 이는 일본이 모호한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취한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YT는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근간"이라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균열시켜온 글로벌 자유 무역 질서를 강력히 옹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불과 이틀 후 국가안보에 대한 모호하고 특정되지 않은 우려를 언급하며 전자 산업에 필수적인 화학 소재에 대한 한국의 접근을 제한하며 글로벌 자유무역에 타격을 가한 가장 최근의 세계 지도자가 됐다고 신문은 비판했다.
NYT는 이로써 일본은 무역 규제의 정당화로 국가안보를 활용해온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콩 중국대학의 국제통상법 전문가 브라이언 머큐리오는 “만약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국제 무역 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파괴해버릴 잠재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아베의 움직임은 무역을 '곤봉'으로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방식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제 정치경제 및 일본 정치 전문가인 로욜라 매리마운트대학의 진 박은 “정말 문제는 완전히 관련이 없는 이슈와 관련해 다른 나라를 강요하기 위해 이런 무역이나 경제적 이해를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많은 정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역 (제한) 조치는 그것을 다루기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NYT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국가들이 무역 분야에서 ‘국가 안보’라는 개념이 자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해왔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에 또 하나의 압박 요인이 추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이밖에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한국과의 신뢰 관계'나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을 거론한 것이 적절치 못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미 스탠퍼드대에서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대니얼 스나이더는 "일본인들이 수출 제한을 안보와 관련된 움직임으로 규정함으로써 정말로 흙탕물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