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현재로서는 달러화에 대한 정책 변경이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교역 상대국의 환율 조작을 지적하며 이른바 ‘약달러’를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낸 가운데 나온 의견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환율전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월가의 관측 속에 이날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투자자들 사이에 사실상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 참석한 므누신 장관이 달러화 정책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달러화 정책 (변경)은 장래에 고려해볼 수 있는 사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정책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강달러 정책을 앞세우고 있지만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끊이지 않는 강달러 관련 불만은 투자자들 사이에 정책 변경에 대한 주장을 부추겼다.
강달러가 여전히 미국에 최선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므누신 장관은 “달러화나 유로화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블룸버그는 그가 달러 정책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이라는 전제를 제시한 것은 강달러 정책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그의 발언을 지켜본 시장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스탠더드 차타드의 스티븐 잉글랜더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환시 개입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게 높아졌다”며 “고위 정책자가 ‘아직은’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때 이는 가까운 장래에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노무라는 보고서를 내고 “G7 국가들이 특정 환율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개입이 확실시된다”며 “주요국이 이를 지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한 개입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중국과 유럽을 직접 지목하며 대대적인 환율 조작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과거 늘 그랬던 것처럼 이를 좌시할 것이 아니라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 환율전쟁에 대한 경고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연일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는 것도 달러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미 재무부가 달러화를 매도하고 주요국 통화를 매입하는 형태로 환시에 개입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2000년 9월 13억달러에 달하는 달러 매도 이후 첫 개입이 이뤄질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전격적인 환시 개입을 강행하더라도 통화정책의 뒷받침이 없으면 의도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국채 선물이 오는 30~31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예상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제롬 파월 의장의 최근 비둘기파 행보가 정치권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요국 환율 및 재정에 대한 연례 평가 보고서에서 달러화가 단기적인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6~12% 고평가됐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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