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풍경은 '절경' 그 자체. 이 감상평은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다. 현재로서는 기록만으로 확인할 길밖에 없지만,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한국의 '실경산수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빼어난 풍광을 체험할 수 있다.
단발령은 북측 강원도의 한 고개로 금강산 초입에 해당한다. '이곳에 오르는 사람마다 금강산의 풍모를 바라보며 머리를 깎고 승이 돼 속세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언론공개회에서 주요 전시품인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도'가 전시돼 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다. 2019.07.22 alwaysame@newspim.com |
조선시대 최고의 미술가 겸재 정선도 단발령에서 금강산을 바라본 모습을 그림으로 담았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은 '단발령망금강'이다. 36세 때 처음 금강산을 여행한 겸재는 기대감과 설렘을 갖고 단발령에 올랐다. 그는 그림에서 자신의 감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과감하게 중요한 부분을 과장하고 중간은 구름과 안개로 덮어 생략했다.
이러한 화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강산,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의 진면목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우리나라 실경산수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화가의 창작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를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개최한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언론공개회에서 김은명의 은거지, 총석정, 경포대가 담긴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다. 2019.07.22 alwaysame@newspim.com |
이번 전시에는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오다연 학예연구사는 "고려시대(12세기)부터 조선 중기, 후기까지 문학과 그림에서 금강산과 관동팔경이 명승지로 꼽혀 오래 작품의 소재로 쓰여왔다"며 "그 이후에 들어 서울 등 다양한 지역이 조명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미술의 부흥기를 이끈 것은 단연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다. 두 사람뿐 아니라 그 이전 고려시대, 조선후기 이후에도 한국의 실경산수화의 명맥은 단단히 이어지고 있다. 전시는 고려 말부터 조선 말기까지 국내외에 소장된 실경산수화 360여점을 공개한다.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도 기대해볼 만하다. 주인공은 김응환의 '해악전도첩'과 이한철의 '석파정도'다. 배기동 관장은 "최근에 기증받은 '경포대도'와 '총석정도'는 한국 회화사에 있어 실경산수화의 이른 시기에 해당하는 16세기 작품으로, 조선 전기부터 실경산수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며 "18세기에 활동했던 정선과 김홍도의 작품은 각 장소의 특징을 표현하는 독자적인 화법을 형성했으며, 현장감과 사실감이 잘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다. 2019.07.22 alwaysame@newspim.com |
이어 "특히 이번에 특별하게 조성한 공간에서는 김응환의 파격적인 금강산 그림 40점 모두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작품에서 김응환의 개성적인 화법을 감상하실 수 있다. 1788년 정조의 명으로 금강산과 강원도 지역의 명소를 그려온 김홍도와 김응환은 자신들의 경험을 그림에 녹여 새로운 경지의 작품을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에 가져온 이 두점이 우리나라의 산수화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시대적으로 중요하고, 기법적으로도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해악전도첩'은 정조의 명으로 김홍도와 금강산을 유람하고 김응환이 그린 그림이다. 그는 거침없는 필치와 감각적인 채색으로 이 그림을 완성했다. 배 관장은 "김응환은 똑같은 풍경을 보고도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가 그림에서 표현한 새로운 미감의 발견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파정도'는 한양 석파정을 중심으로 그 일대 지역을 8폭 병풍에 파노라마식으로 펼친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언론공개회에서 큐레이터가 최초 공개되는 개인 소장품 ‘해악전도첩’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다. 2019.07.22 alwaysame@newspim.com |
금강산 외에도 우리나라 30여 시군의 아름다운 명승명소 그림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북한 지역의 그림도 포함돼 있다.
이번 특별전은 4부로 구성된다. 1부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에서는 조선 전·중기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제작배경을 살펴본다. 제2부 '화가, 그곳에서 스케치하다'에서는 여행을 떠난 화가들이 현장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그린 초본이 펼쳐진다. 3부 '실경을 재단하다'에서는 화가가 작업실로 돌아와 초본과 기억 등을 바탕으로 산과 계곡, 바다, 나무와 바위, 정자 등을 재구성하며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4부 '실경을 뛰어남다'는 화가가 경치를 재해석해 실제 모습에서 자유로워지거나 독창적이고 개성적으로 창조한 작품에 주목한다.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 주제전시 및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는 두 개의 주제 전시 '그림과 지도 사이'(7월 2일~11월 3일), '관아와 누정이 있는 그림'(7월 9일~11월 10일)을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네차례의 연계 강연회를 마련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실경산수화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자세한 정보는 전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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