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은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면서 감형됐다. 국고손실 혐의가 아닌 일반 횡령죄만 인정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 및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재판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모든 재판을 보이콧해왔다. 그는 이전 재판과 마찬가지로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가정보원장들로부터 받은 특활비는 당시 정황이나 돈을 건넨 경위에 비춰 보면 뇌물로 보기 어렵고,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횡령 혐의를 인정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6억원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8억원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19억원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 하여금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하게 한 부분에 대해 각각 유죄로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17.05.23. yooksa@newspim.com |
재판부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추가로 받은 2억원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하게 무죄로 봤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하는 범위 내에서 판단했다”며 “3명의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33억원의 특활비를 교부받은 점은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한 나라의 국가 원수가 30억여원에 공정성과 청렴성을 버리면서 국민의 신뢰를 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80억원 및 추징금 30억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들을 통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 및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제공한 특활비는 공직 임명이나 직무 수행의 편의를 위한 대가로 볼 수 없다”며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5년을 선고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공천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 받아 현재까지 총 32년을 선고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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