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르면 9월 금리인하 및 양적완화(QE) 확대를 시사한 데 따라 유로존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했다.
독일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 그 밖에 국채 역시 동반 급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
독일을 중심으로 실물경기 하강 기류가 두드러지자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 수요가 상승한 데다 ECB가 채권 매입을 확대할 뜻을 내비친 데 따라 ‘사자’가 봇물을 이뤘다.
25일(현지시각)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한 때 마이너스 0.416%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같은 만기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장중 1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1.385%까지 밀렸다. 이는 지난 2016년 하반기 이후 최저치다.
이미 0% 아래로 떨어진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이날 장중 마이너스 0.175%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상황은 스위스도 마찬가지. 50년 만기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3bp 가량 하락하며 마이너스 0.014%에 거래, 2016년 말 이후 처음으로 ‘서브 제로’ 영역에 재진입했다. 이에 따라 장단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인 일드커브가 역전됐다.
bny멜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폴 브레인 채권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스위스 정부는 이제 단기물부터 초 장기물까지 만기와 무관하게 자금을 낮은 비용에 조달할 수 있다”며 “재정건전성 개선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DM 인베스터 서비스의 마크 오츠왈드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리인하와 QE 확대, 여기에 보다 강력한 가이던스까지 정책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들었고, 금융시장은 공격적으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유로/달러는 장중 1.1112달러까지 하락, 유로화가 2개월래 최저치로 밀렸지만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다음주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금리인하 폭이 유로화와 달러화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다음주 연준의 25bp 금리인하를 점치는 가운데 ECB가 10bp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유로화가 안도 랠리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날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경기 한파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실물경기 전망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기대했던 회복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 경기신뢰를 나타내는 이포지수가 이달 92.2를 기록해 10년래 최저치를 나타내는 등 독일 경제의 하강 기류가 뚜렷하고, 한파는 주요국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유로존 경제를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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